사내 성폭행 피해자에 거짓 진술 강요 혐의
법원 "영향력 행사 지위 이용해 죄질 나빠"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사내 성폭행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내 유명 가구업체의 전 인사팀장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박현숙 판사는 9일 오전 9시 50분 강요 혐의로 기소된 유모 씨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03.23 pangbin@newspim.com |
박 판사는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1차 진술서의 내용 등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써야 한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 일이 복잡해진다', '수습 기간이니 퇴사시키면 그만이다' 등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거에 비춰볼 때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다"며 "진술 내용 역시 범행 당시 메모해 둔 내용과 모순된 점이 없고 피해자가 허위 게재를 할 사정도 없어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당시 피해자는 수습사원의 지위에 있던 반면 피고인은 인사팀장의 지위로 보직 임용, 해고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다"며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제한하거나 방해할 목적으로 겁을 먹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 판사는 "인사팀장의 지위에서 회사 내 성범죄 사건 관련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으로 피고인이 개인적 이익을 취득한 것이 없고 동종 범죄 전과도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유 씨는 지난 2017년 1월 자신이 인사팀장으로 있던 한 가구업체 직원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 A 씨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같은 해 10월 피해 사실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서 A 씨는 유 씨가 성폭행 사건이 쟁점화되자 자신에게 접근해 회유했다고 언급했다. 또 유 씨가 인사 문제 등을 상의하자는 명목으로 성폭행을 시도하려고 유인했다고도 주장했다.
이후 A 씨는 자신을 성폭행한 직원 박모 씨를 강간 혐의로, 유 씨를 강요와 간음 목적 유인 혐의로 각각 고소했다.
다만 검찰은 유 씨의 간음 목적 유인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했다. 검찰은 유 씨가 A 씨를 폭행·협박하거나 유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성폭행 혐의를 받은 박 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아 석방됐다. 법원은 피고인이 부인하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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