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절차 마쳐 답변 실익 떨어져…청원기간도 한달 가까이 남아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청와대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당장 답변하는 대신 '통합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이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라는 청원 답변기준은 훌쩍 넘겼으나 이미 장례가 끝나 답변 자체의 실익이 없는데다 고인을 둘러싼 국민적 갈등이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과 관련된 국민청원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나 당장 오늘은 공식 답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당장 답을 한다고 해도 서울특별시장(葬)이 없던 일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내부에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 박 시장의 위패가 들어가고 있다. 2020. 7. 13 photo@newspim.com |
지난 10일 시작한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56만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청원인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서울특별시장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글은 게시된지 하루 만에 3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으나 동시에 박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으로 진행 중이었다. 박 시장의 빈소는 10일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 기간은 고인의 사망 추정일인 9일부터 따져 13일까지였다.
박 시장의 장례는 이날 오전 발인과 영결식 등 일정이 끝났다. 고인은 영결식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으며, 유언에 따라 화장 후 경남 창녕에 묻힐 예정이다. 이에 그의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한다는 여론이 묵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의 죽음과 장례식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다는 점에 있다. 극단적 선택으로 고소가 '공소권 없음'으로 끝났기에 진상 규명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에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 관련 연관된 모든 일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10일 게시돼 현재까지 1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다만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대세라고는 할 수 없다. 서울시가 홈페이지에 마련한 온라인 분향소에는 이날 오전 기준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애도를 표했다. 56만명 대 100만명이라는 단순한 수치로 판결할 순 없으나 청원 답변 의무가 있는 청와대로선 양측을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국민청원 답변은 청원 기간(한 달)이 끝난 뒤 한 경우가 많고 요건을 충족하는 즉시 답변해온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건은 청원 자체에 대한 답변보다는 박 시장을 추모하면서도 대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언급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답변 요건을 갖춘 청원에 '초고속 답변'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박 시장 관련 청원이 이달 안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청원이 빠른 속도로 2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자 청원 시작 6일 만에 답한 적 있다.
박 시장의 사망은 진영 간 대립으로 흘러가고 있어 청와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답변을 서두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래통합당은 오는 20일 열리는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박 시장의 사망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짚을 예정이다. 여권에서는 고인에 대한 추모가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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