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미국에 압류된 '와이즈 어네스트'호 대체 선박 추정"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정부에 의해 매각된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대체 선박으로 알려진 북한 '태평'호가 남포특별시(평안남도) 석탄 항구에 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자유의소리(VOA) 방송이 14일 보도했다. 방송은 북한이 보유한 최대 선박이 어떤 이유에서 유엔의 제재 품목을 취급하는 항구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VOA에 따르면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대형 선박 한 척이 북한 남포에 정박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 지점은 북한의 최대 석탄 항구가 자리한 곳으로, 문제의 선박은 지난 11일부터 14일 현재까지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선박으로부터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한 신호가 수신되지 않으면서 이름 등 주요 정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상태였다.
13일 북한 남포 석탄 항구 일대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자료. 태평호가 정박한 사실이 확인된다. 2020.7.13 [자료제공=MarineTraffic/VOA] |
하지만 VOA는 '마린트래픽'의 위성 추적을 통한 선박 식별 방식을 이용해 확인한 결과, 이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단 태평호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마린트래픽'은 기존의 AIS(Automated Information System, 자동화정보체계)와 별도로 위성을 통한 선박 식별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방송은 또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를 통해서도 태평호와 길이가 같은 선박이 지난 11일 남포의 석탄 항구에 접안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태평호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북한이 새로 구매한 선박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민간단체인 '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베트남 선사 등으로부터 중고 화물선을 구했다며, 이 선박을 태평호로 지목했었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돼 최종 매각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대체하기 위해 태평호를 구매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태평호는 길이 167m에 중량톤수(deadweight) 2만6000t으로, 북한에서 사실상 가장 큰 화물선이었던 와이즈 어네스트호(176m, 2만7000t)와 크기가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현재 태평호가 정박해 있는 지점 또한 2018년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억류되기 전 마지막으로 석탄을 싣고 출항한 항구와 동일하다.
VOA는 "다만 북한의 최대 화물선인 태평호가 어떤 이유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이 금지한 북한의 석탄을 취급하는 항구에 모습을 드러냈는지는 현 상황에선 알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의 석탄 취급 항구들은 국제사회의 광물 관련 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 이후 한산한 모습이 관측돼 오다가, 2019년부터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석탄 항구에 드나드는 선박의 숫자가 잠시 줄어들긴 했지만, 4월부터 선박들의 움직임이 재개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 1년간 남포를 비롯한 북한 내 주요 석탄 항구에서 보인 선박들의 움직임이 불법 석탄 수출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남포에 머물다 떠난 일부 선박들이 중국 근해로 이동해 바지선 등에 석탄을 하역했다면서, 지난해 10월 중국 닝보 저우산항 앞 바다에 정박한 북한 선박 10척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또 미 국무부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 해양경비대는 지난 5월 합동으로 북한 등의 제재 회피 목적의 불법 해상 활동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하고, 북한이 지난해에만 370만t 상당의 석탄을 불법으로 수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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