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매물 찾는 문의 급증...땅주인은 매물 거둬
내곡 예비군훈련장 주변 토지 매물, 3.3㎡당 450만원
서초포레스타2단지 전용면적 84㎡ 호가 6000만원 올라
"개발 가능성 '미지수'...묻지마 투자 경계해야"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그린벨트로 묶인 땅을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질 않네요.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아파트 호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서울 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후보지로 거론된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인근 토지는 기존 매도호가 대비 6억원 가까이 올랐다.
다만 호가가 크게 오른데다 매물이 부족한 탓에 실제 거래는 드물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그린벨트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모습. [사진=노해철 기자] 2020.07.17 sun90@newspim.com |
◆ 그린벨트 개발 기대감에 매물 거두고 호가 올라
지난 17일 오전 찾은 내곡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는 최근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문의가 늘면서 분주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 지역은 지난 2012년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고 남은 땅들이 많아 세곡동과 함께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꼽히는 곳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거래 가능한 그린벨트 땅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문의가 활발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매물을 내놨던 땅주인들이 다시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크게 올리면서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내곡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구체적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한 곳이 어디인지 묻는 투자자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당장 그린벨트 땅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가격이 크게 오르고 매물 자체가 귀하다 보니 거래는 드물다"고 말했다.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인근 1309㎡ 규모의 내대지는 그린벨트에 묶여 있음에도 호가가 17억8000만원에 달했다. 3.3㎡당 450만원선인데, 기존 12억원에서 5억8000만원 넘게 뛰었다. 대로변 인근에 위치한 토지는 호가가 더 높다. 대지면적 3558㎡의 토지는 현재 62억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3.3㎡당 576만원 수준이다. 앞서 3.3㎡당 450만원에 내놨던 땅주인이 최근 130만원 가량 올렸다는 게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아직 그린벨트 해제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개발 기대감이 커 땅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그린벨트 해제가 확정된다면 아예 팔지 않겠다는 땅주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근 아파트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곡동 내곡지구에 위치한 '서초포레스타2단지' 전용 84㎡는 현재 14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이달초 실거래가인 13억4000만원 대비 6000만원 높은 수준이다. 내곡지구는 앞서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조성한 보금자리주택지구 중 한 곳이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다른 강남권 주요 단지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다 보니 수요는 꾸준했다"며 "그린벨트 지역에 대한 개발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최근 호가가 가파르게 올랐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그린벨트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모습. [사진=노해철 기자] 2020.07.17 sun90@newspim.com |
◆ 불확실한 개발 가능성..."묻지마 투자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단순 개발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개발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시장에 유동자금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개발을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과거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파주 등 인접지역에 대한 땅 투자가 많았지만, 해당 지역에 대한 개발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의 반대에도 그린벨트 해제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서울시는 최근 "그린벨트는 개발 물결 한 가운데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라며 "해제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 후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후 주택공급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의 주택 관련 인허가가 미진할 경우, 시간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보다는 도심 내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린벨트 해제 여부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공임대 등으로 공급하게 되면 그 지역에 대한 낙인효과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며 "도심 내 고밀개발과 용적률 상향을 통해 주택 수요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이미 상당기간 동안 유지되어온 그린벨트에 대한 효용성, 필요성, 시대 환경의 변화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며 "이는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에 오히려 의문을 갖게 하는 졸속대책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