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무부 장관 승인받으면 수사 개시
6대 범죄에 마약·사이버 범죄 포함도 논란거리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청와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시행령 초안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사실상 확대해준 것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는 24일 취임 예정인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22일 청와대와 경찰 등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수사권개혁후속추진단은 최근 수사권 조정 관련 개정 검찰청법의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 초안(대통령령)을 마련하고 법무부와 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부처에 의견을 물었다.
이번 시행령 초안에는 검찰이 마약과 사이버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으면 검찰청법으로 제외한 6대 범죄 이외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시행령 초안을 접한 경찰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검찰청법으로 좁혀놨으면서 시행령에서는 반대로 수사 개시 범위를 확대해줬다는 것이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측은 "법무부 장관이 승인을 하면 6대 범죄 이외에도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며 "지금이랑 똑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0 leehs@newspim.com |
경찰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이번 시행령 초안이 당초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수사권 조정을 추진해왔다.
당시 국회 문턱을 넘은 개정 검찰청법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유형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제한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의 후속작업으로 직접 수사 범위 등 세부 내용과 관련한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약을 경제범죄로, 사이버범죄를 대형참사로 구분하는 초안이 마련된 것이다. 검찰과 경찰 양측은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통과 후에도 시행령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행령 초안에 검찰이 하고 싶어하는 마약과 사이버범죄를 6대 범죄에 욱여넣었다"며 "마약이 무슨 경제범죄고, 사이버범죄가 무슨 대형참사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초안은) 6대 범죄 이외 장관이 승인을 하면 (검찰이 수사 개시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놨다"며 "경찰보다도 검찰개혁론자들이 더 반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내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신임 경찰청장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과하게 개입하는 '외풍'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경찰 내부 반발도 잠재워야 하는 것이다.
오는 24일 임기를 시작할 예정인 김창룡 신임 청장 후보자는 앞서 수사권 조정 관련 세부 방안 마련을 우선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 개혁은 공판중심주의가 실행되고 70년 가까이 있던 복종 관계가 대등 협력 관계로 전환하면서 사법체계가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하위법령 개정은 앞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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