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조정 등으로 2분기만 8000억 충당금 적립
2분기 충당금 추세,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듯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4대 금융지주가 올 2분기 일제히 수천억원대 '코로나19 충당금'을 쌓았다. 이 같은 코로나 충당금 적립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금융지주에서 충당금 적립 과정에서 코로나 여파가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금융지주의 실적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올 2분기 각각 코로나 관련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다. 우리금융이 2375억원으로 가장 많고, KB금융 2060억원, 신한금융 1806억원, 하나금융 1655억원 순이다. 충당금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채권을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2020.07.28 milpark@newspim.com |
코로나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은 "올 하반기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내년 대유행한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해 1430억원, 스테이지1(Stage1)로 분류됐던 고위험 여신을 스테이지2로 재조정하면서 63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금융지주도 비슷했다. 신한금융 측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시장 경기둔화 상황을 반영해 리스크 요인(RC)을 일부 조정했다"며 "또 단기 부실이 예상되는 기업 여신에 대해 개별평가를 실시해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우리, 하나금융도 비슷한 방식의 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하나금융은 올 하반기 코로나 충당금을 1000억원 정도 추가 적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후승 하나금융 부사장은 "하반기 항공기 금융쪽이 다소 우려되는 면이 있다"며 "아직까지 이자나 원금 유예 요청이 온 것은 없으나 하반기 업황이 더 안 좋아지는 것을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코로나 여파가 길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올해 대출을 대폭 늘렸다. 4월말 은행의 대출잔액이 1844조9029억원으로 1월말보다 75조3651억원(4.3%) 증가한 것. 하지만 부실화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 수차례 권고했다.
충당금을 많이 쌓게되면 순이익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올 2분기에도 하나금융을 제외한 신한금융(순이익 8731억원·감소율 12.3%), KB금융(9818억원·0.9%), 우리금융(1423억원·72.4%)의 순이익이 모두 줄었다. 순이익 감소의 주된 원인은 코로나 충당금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금융의 가정처럼 코로나가 하반기 재확산하고 내년 대유행한다면 금융지주들의 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코로나 대출 만기가 내년 3월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올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쌓는 충당금이 아닌 부실로 인한 충당금은 적을 것"이라며 "내년 만기가 추가 연장이 안된다 가정하면, 부실 가능성이 커지게 돼 충당금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다. 이러면 실적이 좋아지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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