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지난 주말 휴대폰을 사기위해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찾았다. "어떤 폰 찾으세요?"란 직원의 질문에 제시한 조건은 단 두 가지. 롱텀에볼루션(LTE)폰과 4만원대 요금제.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라곤 하지만 5G가 터지는 곳 보단 안 터지는 곳이 더 많고 LTE 속도에 대한 불만도 없다. 높은 제품 가격, 고가 요금제를 감당하면서까지 굳이 5G폰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
'통신사들이 5G폰에 지원금을 많이 푼다던데 LTE폰도 덕 좀 보지 않겠어.' 하는 기대는 순식간에 우스워진다.
"고객님, LTE폰으론 삼성 갤럭시A31 정도밖에 추천해 드릴만한 게 없네요. 지원금도 '0원'이에요."
올해 쏟아진 전략 스마트폰은 죄다 5G 전용 단말이다. "요즘엔 통신사 지원금이 5G폰에만 쏠려 있어서 LTE폰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선택약정 할인 정도에요.".
직원의 말에 LTE폰 고객으로 서러움이 밀려온다.
5G 상용화 1년, 건물 안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빌딩 작업은 코로나19 탓에 늦어지고 있다. 5G폰이 5G와 LTE 서비스를 오락가락 넘나드는 사이, 5G폰 배터리는 금방 소진되는 문제 역시 5G폰 고객 사이에서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5G폰은 싫은데 LTE폰 선택지는 한정적이고 대안을 찾자 판매 직원이 슬쩍 귀띔하다. "통신사 지원금 받고 5G폰을 사서 3개월 동안 5G 요금제를 유지하면 편법으로 LTE 요금제로 바꿔드려요."
비싼 5G폰을 사는 것도 탐탁지 않고 고가의 5G 요금제를 3개월 동안 쓰는 것도 억울한데 3개월 후 LTE 요금제로 바꾸는 것도 편법이라니. 전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쏘아올린 축포는 분명 LTE폰 고객을 위한 것은 아니었으리.
최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G 자급제 단말기를 개통하는 고객에 대해 5G 요금제로만 가입시키는 것은 소비자 선택 자유를 제한한다"며 "LTE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조 의원 뿐 아니라 휴대폰 판매점 쪽에서도 5G망이 전국망으로 깔리지 전이라도 5G폰을 구매할 때 LTE 요금제 가입을 허용해 달라는 주장이 이어진다. LTE 속도에 만족하지만 어쩔 수 없이 5G 폰을 사야하는 고객들의 요구가 반영된 주장이다.
하지만 통신사가 5G 폰에 LTE 요금제를 풀어줄 일은 만무하다. 통신업계 입장에선 비싼 돈을 주고 5G망을 깔고 있는데 낮은 가격의 LTE 요금제로 가입을 시키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낮아져 손해다.
하지만 가계 통신비를 걱정해야하는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5G 전국망이 빨라야 2022년에야 깔리는 상황. 아직 LTE 가입자가 다수를 이루는 현 시점에 정부는 "5G에 승기 꽂자"만 외쳐 될 것이 아니라 LTE 고객을 위한 지원책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가계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그 공약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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