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2분기 역대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 경제가 하반기 이후에도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2차 팬데믹과 이에 따른 소비 심리 냉각, 경제 재봉쇄에 따른 실업률 상승과 소득 위기 등 세 가지 악재가 미국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속되는 경기 한파는 11월3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어 세간의 조명이 집중됐다.
코로나19 [사진=로이터 뉴스핌] |
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미국 소비자 지출이 5.6% 증가한 이후 민간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6월 가계 소득이 1.1% 감소했고, 7월 들어서도 대규모 감원 한파가 이어진 데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39개 주에서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 소비 심리가 대폭 위축됐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실업수당 이외에 연방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에게 지급한 주당 600달러의 실업 급여가 7월 말 종료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민간 소비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가계 지출의 감소는 경기 회복에 커다란 걸림돌이다.
2분기 미국 경제는 32.9%에 달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사상 최악의 후퇴를 나타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경제의 2분기 성장률 역시 마이너스 12.1%로 집계됐다.
바이러스 확산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미국 경제가 더블딥 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마다비 보킬 부대표는 WSJ과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향방은 바이러스 확산 속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난 28~29일 통화정책을 가진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미국 경제의 회복이 바이러스 진화 여부에 달렸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블룸버그도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진단을 제시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외식업계부터 자동차 업계까지 기업 매출을 압박하고, 기업 이익 침체는 대규모 감원과 가계 소득 위기의 악순환을 일으켜 소비를 압박한다는 지적이다.
ING 파이낸셜 마켓의 제임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확산과 고용 한파, 소득 감소 등 세 가지 악재가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웰스 파고의 제이 브라이슨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 경제 전망이 매우 흐리다"며 "고용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민간 소비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성장률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용 지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최근 한 주 사이 143만명이 신규 실업수당 신청을 낸 가운데 데이터가 고용 시장의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앰허스트 피어포인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고용 시장 상황은 드러나는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미국 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라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관은 블룸버그의 칼럼을 통해 의회의 추가 부양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미국 경제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한 차례 슈퍼 부양책이 동원되지 않으면 가계 소비 급감과 수요 쇼크에 따른 기업의 투자 감소 및 파산 증가, 정부 세수 감소에 따른 관련 부처의 감원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