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숙환으로 타계 '향년 80세'…한국 제약업 진일보시킨 '거인' 평가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제약업계 1세대로서 연구개발(R&D) 일념으로 초대형 기술수출에 성공, 한국 제약업계를 진일보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 그다. '제약강국 건설'을 꿈꿨던 한국 제약업계의 '거인'은 이제 그 꿈을 후대에 남기고 긴 잠에 들었다.
2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창업주 임 회장이 이날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사진=한미약품] |
고(故) 임 회장은 1940년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서울 종로 5가에 임성기 약국을 열었다.
1973년에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한미약품을 설립, '한국형 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한미약품을 이끌며 일생을 헌신했다.
고 임 회장은 일찌감치 한미약품의 나아갈 방향을 신약 개발로 잡고, R&D에 집중했다. 신약 개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제약기업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란 생각에서다.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던 그는 매년 회사 매출액의 20% 수준에 이르는 비용을 R&D에 투자,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개량신약 '아모잘탄'과 '아모디핀' 등을 선보인다. 2013년에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로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얻기도 했다.
이후 2015년, 한미약품은 다수의 해외 제약사들에 총 8조 원대 규모의 기술수출(라이선싱 아웃)을 성공시키기에 이른다.
당시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한미약품은 물론 한국 제약업계가 글로벌 무대로 올라서는 계기를 만들었다.
복제약(제네릭) 개발이 주를 이뤘던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입증함으로써, 기술수출이 국내 제약업계의 수익모델로 자리잡게 했다는 평가도 당연히 따라왔다.
현재 한미약품은 24개의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당뇨, 비만부터 항암, 자가면역질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형 R&D 전략'으로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고 임 회장은 2016년 1월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우리 모두가 연구자가 되고, 우리 모두가 'R&D 없이는 안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면, 저는 정말 확신한다. 제약강국, 신약강국이 될 수 있다"며 "아시아 극동의 대한민국이 제약강국이 되길 희망한다. 확신이 있다"고 했다.
한편,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 씨와 아들 임종윤∙종훈 씨, 딸 임주현 씨가 있다. 장남종윤 씨는 현재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차남 종훈 씨는 한미헬스케어 대표를 맡고 있다. 종훈 씨는 한미약품 경영기획 부사장이기도 하다. 둘째 주현 씨는 한미약품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고 임 회장의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확정되는대로 추후 알릴 예정이며, 발인은 8월 6일 오전이다.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