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300명·특수 전문분야 및 의과학자 100명 양성
의료계 "의사 수 늘리기보다 배치가 문제" 주장하며 14일 집단휴진
[편집자]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 '의료 인력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의료계가 시끄럽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각각의 논리를 가지고 대립, 평행선을 그리는 모양입니다. 이는 결국 의료서비스의 소비자인 환자들, 넓게 보면 모든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핌은 최근 불거진 논란을 정리하고 대안을 고민하기 위해 [코로나發 의료 변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1. 지방의 한 도시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병원 때문에 걱정이 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는 3차 의료기관이 없어 희귀암에 걸린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낫지만, 지역에 의료기관이 부재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예약했다. 예약한 교수로부터 치료를 받는 데는 두 달을 기다려야 하지만 지역에 의료기관이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외과를 전공한 의사 B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던 의원의 간판을 바꿨다.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외과 치료를 위해 개업했지만 환자수가 많지 않은 데다가 치료에 대한 제대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아 병원 직원 월급과 병원 임대료를 내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외과의원'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일반 피부와 미용 진료를 시작했다. 근처에 외과의원은 거의 없었지만 있더라도 병원 운영이 어려워 B씨도 어쩔 수 없었다고 위로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7.23 kilroy023@newspim.com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필수분야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 위 사례처럼 지역에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의사들 역시 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지원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필수의료 인력 양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당정은 지난 7월 23일 이 같은 내용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 이후 연 3058명으로 동결돼 왔다. 정부는 필수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필요한 의사 수를 3000명으로 추계했다. 이에 현 의대 정원을 오는 2022년부터 연 최대 400명 증원해 10년 간 한시적으로 3458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 지역의사 300명 증원...졸업 후 지역 내 의무복무 10년
연 400명 증원 중에서는 지역의사의 규모가 가장 크다. 지역 내 중증·필수의료에 의무적으로 종사할 인재를 300명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대 정원이 확대되는 2022년 입학하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면허취득 후 지역 내 의무복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증원한다.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기는 2022년으로부터 6년 뒤인 2028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의사제의 핵심은 졸업 후 공공의료 및 중증 필수의료 분야에서 10년 간 의무복무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복무를 전제 조건으로 국비에서 50%, 지방자치단체에서 50%의 장학금을 지급해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
전문과목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필수 전문과목인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이며 의무복무 미이행 시 장학금이 환수처분되고 면허가 취소된다.
정부는 국회와 함께 지역의사 선발전형과 의무복무 불이행 시 조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실제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7일 지역의사 수 불균형 해소와 의료격차 완화를 위한 지역의사양성을 위한 법률안 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증원 필요성이 높아진 역학조사관을 비롯해 중증외상 인력이 포함된 특수전문분야 50명, 기초과학과 제약 및 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 50명씩 연 100명이 추가된다. 이들 특수 전문분야와 의과학자 100명은 재학생 중 해당분야 인력 양성을 조건으로 대학에 추가 정원을 배당해 오는 2025년부터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인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로드맵도 마련됐다. 복지부가 8월까지 2022년 의대 정원을 최종 확정해 교육부에 통보하고 고등교육법에 따른 정원 배정 절차를 실시한다. 여기에 오는 12월까지 지역의사제 관련해 법률을 제정하고 분야별 인력 양성을 위한 전공의 정원 배정을 2022년 실시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24시간 동안 집단휴진에 돌입한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앞 도로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등으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집회를 열고 있다. 2020.08.07 yooksa@newspim.com |
◆ 의대 정원 확대에 의협 집단휴진 카드...정부 "불법 시 강경대응"
의료계는 당정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강력히 반발하며 강행 시 집단휴진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7일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24시간 집단휴진에 돌입한 바 있으며, 14일에는 전공의는 물론 의료계 중앙회인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을 진행했다.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의사 인력은 정부의 주장처럼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전공과 지역, 병의원 유형마다 불균형하게 인력들이 배치돼 있는 게 문제"라며 "의료 격차를 줄이려면 의사 수를 증원할 것이 아니라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과 전공 등에 더 높은 의료 수가를 적용하는 등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계가 요청한대로 중증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 개선 작업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의료인력 충원을 미룰 수 없다"며 의료계의 요청을 거절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13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의협과 정부의 의견이 다르지만 이는 의료계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엇갈리는 문제"라며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보건의료체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한 걸음을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의협의 집단휴진 과정에서 불법 행위로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생긴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의협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숭고한 소명을 다시 한 번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