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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내몰린 화웨이, 갈 길 먼 중국 '반도체 독립'

기사입력 : 2020년08월18일 16:35

최종수정 : 2020년08월18일 16:35

설계·제조 분야 미국 의존도 높아, 기술 격차 현저
단결정 실리콘·CMP·포토마스크 등 생산 역부족
기술 자급 필요성 시급, TSMC 인재 영입에 주력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미국 정부가 화웨이(華爲)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서면서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 기술 기업을 대표하는 화웨이의 숨통을 조이면서, 중국 당국이 주창해온 반도체 굴기(崛起, 우뚝 일어섬) 실현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전세계 21개국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고, 화웨이가 특별한 허가 없이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 칩을 확보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에 나섰다. 이는 지난 5월의 제재에 이은 추가 조치로 이로써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 계열사는 총 152개로 늘었다. 사실상 미국 기술이 활용되지 않은 반도체는 없다고 해도 무방한 만큼, 이번 추가 제재 조치로 화웨이는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제조하는 것은 물론 완제품을 구매하는 길도 차단된 셈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맞은 화웨이는 일명 '타산 프로젝트(塔山計劃)'로 불리는 자체적 프로젝트 실현에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게 됐다. '타산 프로젝트'는 미국의 제재 속에 화웨이가 주창한 반도체 기술 독립 프로젝트로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소재의 생산제조, 가공, 반도체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 반도체 핵심 공정 기술의 전면적인 자급 체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타산'이라는 이름은 항일 전쟁 이후 중국 재건을 둘러싸고 중국인민해방군의 주력 부대 중 하나였던 동북야전군과 국민당간에 벌어진 내전 전투인 '랴오시(遼西)∙선양(瀋陽) 전투'에서 유래됐다. 당시 동북야전군이 국민당을 상대로 방어전을 펼쳤던 곳이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시 서남부 타산(塔山) 지역이었다. 당시 동북야전군은 국민당에 비해 열세였지만, 타산의 지리적 이점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자국 기업들과의 연대를 통해 반도체 기술의 자급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미국의 공세를 버텨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화웨이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 등으로부터 칩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되면서 내달 15일부터 자체 개발 칩셋인 '기린' 시리즈의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시장에서는 TSMC가 화웨이에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중국 반도체 산업은 서방 국가 대비 5~10년 이상 퇴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화웨이가 타산 프로젝트를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화웨이는 미국의 기술이 전혀 활용되지 않은 45nm(나노미터, 10억분의 1m)의 칩 생산라인을 연내 구축하고, 28nm의 화웨이 자체 생산기술 라인도 구축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이 단시간내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인 만큼, 연말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변화할 수 있는 미국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진 신화사 = 뉴스핌 특약]

◆ '설계·제조·패키징' 3단계 공정별 중국 기술의 현주소

반도체 칩 생산 공정은 크게 △설계 △제조 △패키징 테스트의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설계와 제조 분야에 비해 패키징 테스트에서 비교적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설계 분야의 경우, 반도체 설계를 위해 사용하는 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의 미국 의존도는 매우 높은 상태다. 현재 화웨이가 설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 화웨이하이쓰(華為海思·하이실리콘)는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스(CAD), 시놉시스 등 미국 기업의 EDA 소프트웨어에 의존해 자체 칩을 설계해왔다. 다시 말해, 하이실리콘이 아무리 뛰어난 화웨이 스마트폰 또는 장비용 칩셋을 설계했다 해도 칩 설계에 있어 핵심이 되는 EDA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칩 설계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하이실리콘이 직면한 기술적 한계는 수년 내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조 분야의 경우, 그간 화웨이는 주요 부품을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대만 반도체업체 TSMC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TSMC로부터의 조달이 불가능해지자 화웨이는 자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로 공급처를 변경했다. 하지만, SMIC는 TSMC에 비해 기술력이 크게 뒤지는 만큼 기존과 같은 안정적인 제품 수급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이미 5nm 공정의 양산 체제에 돌입한 반면, SMIC는 현재 14nm 양산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최첨단 칩을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노광 장비(포토 리소그래피, 실리콘 웨이퍼 위에 빛을 쬐여 회로 패턴을 새기는 장비) 또한 네덜란드 ASML사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 또한 구입할 수 없게 된 상태다. 

현재 ASML은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해당 노광 장비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7nm 이하 초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TSMC에 주로 공급되고 있다. 현재 두 기업은 올해부터 5nm의 양산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7nm, 5nm 등은 '회로선폭'을 의미하는 것으로, 회로선폭이 미세할수록 성능이 개선된다. 이 같은 반도체 회로선폭 미세화 공정 경쟁에 유리한 장비가 바로 EUV 리소그래피이다.

ASML은 삼성과 TSMC의 초미세 칩 양산 계획에 발맞춰 이르면 2021년 3nm, 2nm 칩 제조 공정에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리소그래피 장비인 EXE:5000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중국 최대 포토 리소그래피 생산 업체인 상하이마이크로전자(上海微電子∙SMEE)는 90nm 칩 공정 수준의 리소그래피 생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미국의 제재로 EUV 리소그래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향후 2~3년 안에 기술적 한계에 직면할 것이고, 중국이 기술 자급을 실현하지 못하면 중국 반도체 제조 기술은 7nm 수준에서 머물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웨이퍼와 전자기기가 신호를 주고받도록 칩을 포장하는 패키징 공정은 반도체 성능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반도체 후공정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로 평가된다. 패키징 공정은 앞서 언급한 설계와 제조 분야에 비해 기술 요구사항이 높지 않은 편이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현재 프리미엄 시장은 미국·일본·독일이 장악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의 경우 규모와 속도, 기술 면에서 중국 기업들도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신화사 = 뉴스핌 특약]

◆ '반도체 핵심 소재'별 중국 기술의 현주소

'단결정 실리콘'은 웨이퍼의 핵심 소재로서 매우 고순도(高純度)라는 점에서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고순도 단결정 실리콘 생산에 있어 중국은 최근 몇 년간 기술 역량을 강화해 자급력을 점차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기술은 일본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연마를 위한 핵심 소모품인 'CMP(반도체 표면을 화학적·기계적 방법으로 평탄화하는 공정)' 소재의 경우 일정 기술 수준을 비롯해 비용과 인증체계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다. 현재 중국은 해당 분야에서 특허 기술이 많지 않아 주로 미국과 일본, 한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 노광 공정에 쓰이는 '포토마스크(유리기판 위에 반도체 미세회로를 형상화한 것)'는 노광 공정 장비의 핵심 부품 중 하나로 기술 문턱이 높다. 현재 7nm 공정의 반도체 양산이 가능해지고 더욱 미세한 공정의 반도체가 지속 개발되고 있는 만큼, 해당 포토마스크에 대한 기술적 요구사항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노광 장비 영역에서는 네덜란드 ASML사가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고, 양질의 포토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은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반도체 메이저 기업들로 압축된다. 

노광 공정은 실리콘 웨이퍼에 포토레지스트라는 감광액을 바른 뒤, 그 위에 설계된 회로 패턴이 그려진 포토마스크를 얹고 빛을 쏴서 회로를 형상화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포토마스크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포토레지스트'라는 감광액의 대표적 종류인 불화크립톤(KrF·248㎚)과 불화아르곤(ArF·193㎚)은 대부분 일본과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G라인(436nm)과 i라인(365nm) 포토레지스트 생산에 있어 기술력을 빠르게 제고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의 종류는 반응하는 빛 파장에 따라 나뉜다.

반도체 식각 및 세척 공정에 활용되는 '습식 화학제품' 영역의 경우, 중국은 식각 기술에서 세계 주요 기업과 비슷한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여전히 관련 시장은 유럽과 미국, 일본, 한국의 기업이 점유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점유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 활용되는 '산업용 특수가스' 시장의 경우 아직도 미국 등 반도체 선진국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중국 기업이 생산적 자질을 갖춘 상태라고 현지 매체는 평가한다. 

스퍼터링 타겟(sputtering target)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박막 형성용 핵심 소재다. 고순도 스퍼터링 타겟을 제작하는 데는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고, 설비 제작에 투입되는 금액 또한 상대적으로 높아 미국과 일본이 독점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국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 기업, 대만 TSMC서 인재 영입 박차

국가적인 반도체 굴기 움직임 속에 최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일부 기업들은 대만으로부터 반도체 분야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두 기업인 취안신집적회로제조(제남)유한공사(泉芯集成電路制造(濟南)有限公司∙QXIC)와 우한홍신반도체제조유한공사(武漢弘芯半導體制造有限公司∙HSMC)가 반도체 연구개발(R&D)을 위해 지난해 TSMC 소속의 베테랑 엔지니어와 메니저 100여명을 중국으로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HSMC와 QXIC는 현재 14nm와 12nm 칩 공정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TSMC보다는 약 2~3세대 뒤쳐진 기술이나, 중국 내에서는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TSMC는 "인재는 TSMC의 최대 자산"이라면서 "최근 몇 년간 TSMC의 연간 이직율은 5% 이하였고, TSMC는 인재 유치와 육성에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pxx1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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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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