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 결제건수, 올들어 작년대비 3배 이상 증가
"퇴근무렵 유럽장, 새벽엔 미국장…잠을 잘수가 없어"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최근 증권사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근무시간이 짧아졌다는 직원들이 많다. 그러나 영업점에 근무하는 프라이빗뱅커(PB) A씨에게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A씨는 최근 해외주식 때문에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아침 9시부터 국내 증시를 챙기면서 동시에 일본 증시를 챙기고, 중국과 홍콩 증시를 오후 4시와 5시까지 체크해야한다. 고객들의 관심이 가장 큰 미국 장은 밤 11시 30분부터 시작이다. A씨는 평일에는 제대로 잠을 자는 것을 거의 포기했다.
최근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증권사 PB들의 업무량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다른 부서의 업무시간이 줄고 있는 가운데 PB의 근무시간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앞을 지나가는 행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주식 매수·매도 처리건수는 2016년 24만5838건, 2017년 41만1304건, 2018년 66만6134건, 지난해 132만2137건, 올해 237만7070건으로 늘었다.
전년대비 증가속도는 2017년 67%, 2018년 62%, 지난해 98%, 올해 257%로 최근 들어 더욱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아직 8월 중순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처리건수가 작년의 3배를 넘어선 상황이다.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 확대는 곧 PB의 업무량 확대로 이어졌다. 미국 증시는 한국시간으로 밤 11시 30분부터 시작돼 오전 6시에 끝이 난다.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후 10시 30분부터 오전 5시까지 장이 열린다. 일반적인 근로자의 취침시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증권사 PB는 보통 장중에 예약주문을 받아서 처리하지만 퇴근 이후 큰 이벤트가 발생하는 경우 증권사 야간데스크를 통해 PB를 통하지 않아도 매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고객의 관심이 커진 만큼 직접 결제를 돕지 않아도 24시간 돌아가는 해외 장의 움직임을 항상 주시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WM지점 PB는 "밤에는 미국 주식 개장을 살펴보고, 새벽에 일어나 마감을 챙겨야하니 일이 훨씬 많아졌고, 잠을 푹 잘 수 없는 상황"이라며 "퇴근 무렵에는 중국과 홍콩 증시 마감과 함께 유럽 증시도 개장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증권사 PB 한명이 관리하는 고객은 적게는 20~30명에서 많게는 200명에 이른다. 관리 고객에 대해서는 자산관리부터 세무컨설팅까지 종합적이고 세부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본적인 업무가 적지 않았음에도 해외 장을 파악하는 부담까지 겹쳐지니 숨돌릴 틈이 없다는 것.
또다른 PB는 "해외 증시 장이 24시간 맞물려 돌아가다보니 외부 활동을 나가기 부담스럽다"며 "봐야하는 장이 워낙 많다보니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어들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말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