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장기간 잠자던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컴백, 헤지펀드 업계가 축포를 터뜨렸다.
수 년간 실적 부진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매크로 헤지펀드가 연초 이후 고수익률을 창출, 강한 턴어라운드를 이룬 것.
팬데믹 사태와 함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미국 11월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변동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억만장자 투자가 앨런 호워드가 이끄는 헤지펀드 업체 브레번 호워드가 올해 상반기 21%를 웃도는 수익률을 냈다.
폴 듀터 존스의 대표 펀드인 튜더 인베스터먼트 코퍼레이션 역시 7월까지 8%의 수익률을 올렸고, 크리스 로코가 이끄는 로코스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같은 기간 24%에 달하는 고수익률을 기록했다.
칵스턴 어소시어츠가 31% 연초 이후 31%의 높은 성적을 거둔 가운데 업체의 최고경영자 앤드류 로가 주도하는 대표 상품이 42%의 잭팟을 터뜨렸다.
이 밖에 무어 캐피탈이 연초 이후 7월 말까지 25%의 수익률을 올렸다. 업체는 장기간의 실적 부진에 따라 지난해 외부 투자자들에게 대표 상품의 자금을 환원하기로 하는 등 홍역을 치렀으나 올해 급반전을 이뤘다.
올들어 매크로 헤지펀드의 운용 성과는 지난해까지 수 년간 상황과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일례로, 런던 소재 브레번 호둬드의 자산은 2013년 400억달러에서 지난해 60억달러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두 상환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돌기도 했다.
3년 전에는 영국의 이름 높은 헤지펀드 매니저인 휴 헨드리가 투자 세계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17년 9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마지막 서한에서 그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변동성이 실종, 매크로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여건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초 이후 상황이 달라진 데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전세계로 확산된 데 따라 자산시장이 널뛰기를 연출했고, 매크로 헤지펀드에 재기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지난 3월 하순 65까지 치솟았다.
장기간 20 아래에서 유지됐던 수치는 기록적인 폭등을 연출한 뒤 후퇴했지만 여전히 20 선을 웃도는 상황이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돈 피츠패트릭 매니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매크로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됐다"며 "지난해까지 10년간 외형 축소를 나타낸 업계에 모처럼 기회가 찾아온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장기간에 걸친 고객 이탈과 실적 부진에 고전했던 매크로 헤지펀드가 마침내 회생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팬데믹이 종료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미국 대선 역시 커다란 변수라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변동성 상승 베팅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