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외교부에 "피해자 공간 분리 등 제도 개선 마련" 주문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7년 현지인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주뉴질랜드 대사관 한국인 외교관의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에 권고 결정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지난 2일 진정인인 피해자와 피진정인 외교관 A씨와 외교부에 결정문을 각각 발송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결정문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외교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과 성희롱 민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외교부에 결정문을 보냈다"면서도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 보호 문제가 있어서 비공개로 하며 세부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사진=뉴스핌DB] |
외교부는 전날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권고문을 접수하고 3일 인권위 결정문 내용에 대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외교부는 권고 결정문에 대한 의견을 90일 내에 인권위에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는 외교부에 피해자인 현지인 직원이 제기한 성추행 피해 진정을 인용해 일정 금액의 피해 보상안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직원의 신체를 만진 외교관 A씨의 행동이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외교부에 대해서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부분을 일부 지적하고 재외공관에서 성희롱 발생시 조사 및 구제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 및 가해자 양자 간 분리 조치 불충분, 재외공관 인사위 구성 문제, 재외공관 내 성희롱 조사 및 처리 절차 규정한 매뉴얼 부재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추행 사건의 재조사와 관련한 권고는 내리지 않았다.
또 A씨가 과거 외교부 자체 감사 과정에서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며 성추행 예방 교육을 이수받은 점을 감안, 추가적인 피해 예방 교육 이수 등의 권고는 내리지 않았다.
외교부는 인권위 권고와 별도로 피해자의 중재 재개 요청에 따라 사인 중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사자 간 피해 보상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외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부가 당시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할 수도 있다.
앞서 외교관 A씨는 지난 2017년 말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며 세 차례에 걸쳐 현지 남성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성추행 의도가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외교부 자체 감사를 통해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다.
뉴질랜드 경찰은 현재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지만, 한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 등 국제사법절차를 요청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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