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김종인 "모든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예정"
국민의힘 "이낙연, 4차 추경 수용…與 태도 변화에 화답할 것"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열흘 만에 다시 만난다.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정국 운영에 대한 의견을 교류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여야 협치에 시동이 걸릴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오는 10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오찬을 갖는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1일 김 위원장을 예방해 한 차례 만난 바 있지만, 오찬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 모두 협치를 강조한 만큼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라는 한 울타리에서 여야 대표들이 만나는 것"이라며 "모든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여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9.01 kilroy023@newspim.com |
◆ 이낙연·김종인, '협치 파트너' 분위기 무르익나
김종인 위원장은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이 추진되고 있는 과정에서 확실한 의제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담 조건으로 ▲구체적 의제 ▲1대1 단독 회담 ▲결과물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회 차원에서의 회동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국회는 기관을 달리하고 삼권분립 차원에서 정확한 의제 등을 제시했던 것"이라며 "양당 대표 간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에 의제나 결과물이 꼭 필요하다기 보다 국회 전반적인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쪽(민주당)에서 여야 대표 회동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할 것 같다"며 "일단 식사를 하면서 정례화 할 필요가 있는지 가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여야 대표 간 회동이 성사된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저희가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고, 여당에서 수용한 것"이라며 "이낙연 대표도 4차 추경에 관한 이야기는 김 위원장을 만나서 처음으로 했다. 여당의 태도 변화가 있기 때문에 회동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여야 협치와 4차 추경안 및 민생 법안, 본회의 화상회의 도입, 원구성 재협상 등이 논의에 오를 전망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난을 헤쳐나가는 동안에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자. 국민과 여야에 함께 이익되는 윈-윈-윈의 정치를 시작하자"면서 중단된 여야정 정례대화 재개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여야의 비슷한 정책을 이번 회기 안에 공동 입법할 것을 제안한다"며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 벤처기업 지원, 여성 안전 같은 4.15 총선 공통공약과 경제민주화 실현, 청년의 정치참여 확대, 재생에너지 확대 등 공통되는 정강정책 공동 입법을 제안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화답했다. 주 원내대표는 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참으로 의미가 있는 제안"이라며 "협치와 소통은 국가 위기 극복에 필수요소로 지금은 협치가 요구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임 이해찬 대표와는 이런 자리가 굉장히 불편했다. 그쪽에서 요청하지도 않았지만 굉장히 딱딱하고 마이웨이식 정치만 고집했기 때문에 (여야 대표가 식사하면서 만날)엄두도 못 냈다"며 "하지만 이낙연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과 워낙 인연이 깊다보니 여러모로 함께 자리를 갖는 것이 덜 불편한 것 같다. 이번 오찬 회동을 계기로 좀 더 많은 자리가 많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여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9.01 kilroy023@newspim.com |
◆ 기자 이낙연에 특종 줬던 김종인...40년 인연 이어간다
악연에 가까웠던 이해찬 전 대표와 김 위원장과의 관계와 달리, 신임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40여년의 좋은 인연이 있다.
내각과 의회를 오가며 정계에 꾸준히 몸담았던 김 위원장과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던 이 대표의 인연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취재 기자로 민주정의당 의원이었던 김 위원장을 취재원으로 만났다.
이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두환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연기할 것 같다는 특종을 했다. 그 소스가 김종인 당시 의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밤늦게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그분 댁으로 쳐들어갔다. 술술 다 말씀을 해주셨다"며 "(지금은) 그 때보다는 어렵겠죠. 그래도 오랜 신뢰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 시작된 그들의 인연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이 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당시 김 위원장은 민주당 부대표단 소속으로 지도부 생활을 같이 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 논의를 함께 했다.
최근에도 김 위원장이 21대 총선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직으로 거론되자 이 대표가 직접 만나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한 정치적 기로에서 격의 없이 의논하는 관계라는 의미다.
176석 공룡여당을 이끌게 된 이 대표로서는 103석 통합당과의 관계 설정이 절실하다.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독식에 이어 임대차 3법 강행 처리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취임 일성인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통합당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극단적 세력과 결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희와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질 수 있다"며 "협치가 의외로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김 위원장을 곧 뵙고 그런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김 위원장도 이에 즉각 화답하면서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비교적 합리적으로 (당대표직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대표와는 인간적으로 잘 안다. 소통하는 데 별로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와 취재원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던 이들은 이제 집권여당 대표와 제1야당 비대위원장으로 다시 만났다. 두 사람 모두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어휘를 구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거친 말이 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두 사람 모두 서울 종로에 거주하고 있는 '동네 주민'이어서 깜짝 번개회동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