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대 증권사 모여 유료화 논의...답보상태
일부 증권사 금감원 부수업무 등록 마쳐
개인 아닌 기관 상대 유료화도 저울질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리포트 유료화 움직임이 답보상태다. 지난해 리포트 유료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던 증권사들이 올해는 코로나19로 논의 조차 못하고 있다. 더욱이 동학·서학개미들이 증권사들의 주요 고객이 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무료로 배포됐던 리포트를 유료화할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어 증권사들은 신중한 모습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5대 증권사 관계자들은 한 자리에 모여 리포트 유료화 방침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 다시 모여 논의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뤄둔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사들이 모여 유료화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했는데, 지금은 이런 논의가 아예 멈춘 상태"라고 귀띔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리포트 유료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KB증권 등은 금융감독원에 리포트 관련 부수업무를 등록했다. 부수업무 등록은 증권사가 '증권 가치 분석 및 조사분석 자료 판매 업무'를 하겠다고 등록,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가 리포트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거나 유료로 판매하기 위한 사전 단계인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올 2월 부수업무 등록을 마쳤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이런 증권사의 부수업무 등록작업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키움증권은 일찌감치 지난 2009년에 등록했고, 미래에셋대우 등도 수년 전 리포트 관련 부수업무 등록을 마친상태다.
증권사들은 또 자사 고객들만 리포트를 열람할 수 있도록 고객 전용 홈페이지를 만들어 유료화 사전 작업에 나서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리포트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위해 자사 계좌를 보유한 고객만이 볼수 있는 전용 홈페이지 'KB 리서치'를 운영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이 부수업무 등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럽에서 시행 중인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II) 등 글로벌 흐름에 따른 선제적 조치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아직 리포트 유료화 여부에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무료로 보던 리포트를 유료로 전환할 경우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다 보니 리포트 유료화에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증권사 한 임원은 "리포트 유료화는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글로벌 시장부터 국내까지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일단 금감원 부수업무 등록을 해뒀는데 방법이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몇몇 증권사들은 개인이 아닌 기관이나 외인을 상대로한 유료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기관 맞춤용 증권사 보고서를 만들되 유료로 팔겠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기관의 경우 투자시 참고할만한 기업에 대한 분석 리포트가 필요한데, 기관용 리포트를 특화시켜 유료화시키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