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지금껏 분리 계정 사례 없어…필요성 못느껴"
통계 발표시 혼돈·추가 재원 마련시 절차 복잡 우려도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 특수형태근로자종사자(특고) 고용보험 의무적용을 추진 중이지만 경제계와의 마찰이 만만치 않다.
특고 종사자 모두를 의무가입시켜야 한다는 정부 주장과 일부 희망하는 종사자에 한해 선별 가입해야 한다는 경제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용보험료 배분에 있어서도 정부는 정부와 특고 종사자가 반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제계는 해외 사례 등을 들어 정부 부담이 더 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정부와 업계 입장이 크게 상충되는 부분이 고용보험료 계정 운영 문제다. 정부는 일반근로자와 특고종사자의 고용보험 재정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제계는 특고종사자의 고용보험 재정을 별도의 회계를 통해 관리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까지 일하는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뉴딜 안전망 강화 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2020.09.10 jsh@newspim.com |
◆ 고용부 "계정을 단순히 분리하는 것은 의미없어"
정부가 고용보험 재정을 통합해서 운영하려는 이유는 ▲운영 효율성 ▲통계 일원화 ▲재원마련 절차 편리성 등 크게 3가지다. 특별히 특고 노동자 고용보험을 일반근로자와 구분해서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실제로 하나의 계정으로 고용보험료를 징수받아 운영하면 지출관리하기도 수월한데다 전반적인 운영에 있어서도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고용보험 계정을 따로 관리할 경우 고용보험기금 통계를 발표할 때 혼돈이 올 수 있고 추가 재원 마련시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현재 모든 사업을 한국은행 하나의 계정으로 운영하고 있기에 계정을 단순히 분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더욱이 그동안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 하면서 계정을 분리해 운영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은 계정을 분리해 운영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권 실장은 "일반근로자들과 특고종사자들 간 보험료율이나 사고율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특고종사자의 실업률이 높아지거나 할때 재정에 여러 가지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당장 정부가 추진하는 입법안에는 특고종사자가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기간을 일반근로자보다 길게 설정(24개월 중에 12개월 납무)해 납부하도록 해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고 답했다.
이어 "보험료율도 아직은 결정된 게 아니고 노사가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만 결정돼 있지 정확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고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부분도 사실상 현장상황을 봐 가면서 어떻게 정할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하나의 계정안에 일반근로자, 자영업자, 예술인, 특고종사자 등 각 형태별로 고용보험 징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별도 계정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020.09.03 jsh@newspim.com |
◆ 경제계 "일반근로자 고용보험 재정이 특고에게 사용될 우려"
반면 경제계는 일반근로자와 특고종사자 고용보험 계정이 하나로 운영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운영하는 고용보험기금 중 구직급여 지출 비중이 가장 큰데, 일반근로자와 달리 비교적 입·이직이 자유로운 특고종사자들이 구직급여를 유리하게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경총을 중심으로 한 경제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특고종사자 고용보험 적용 관련 입법안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고용관계와 사업관계에 있어 전혀 다른 특성과 여건을 갖는 일반 근로자와 특고종사가의 보험료 수입과 실업급여 지출 등 재정을 통합 관리할 경우 전체 고용보험 재정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피보험자 간의 갈등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장문에서는 "일반 근로자의 고용보험 재정이 특고종사자의 실업급여를 지원하는데 사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부분이 경제계가 고용보험 통합 재정 운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 실업급여 시스템 자체가 본인이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최대 70배 이상)의 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면서 "일반 근로자에 비해 실업과 취업을 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특고종사자들의 경우 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경제계는 일반근로자와 특고종사자의 고용보험 계정을 별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장문은 "특고종사자가 일반 근로자와는 전혀 상이한 소득원, 취업과 실업에 대한 높은 자기 결정권, 개인 사업자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만큼, 특고종사자의 고용보험료 수입과 급여 지출 등 보험 재정은 근로자, 자영업자 등과 별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국회 제출을 목표로 특고종사자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정부 입법안이 확정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남은 행정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주 쯤 국회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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