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생각을 먼저 말하고 의견 구하는 '청취형' 리더십"
정기국회 성과 집중한다지만 결과는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판가름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이낙연 대표 취임 후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이 바뀐 점은 대응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이낙연 대표는 각종 현안에 대해 SNS와 대변인 논평 등으로 당 입장을 늦지 않게 밝혀왔다. 대표 당선 직전 여러 현안에 대해 "엄중히 보고 있다"는 식으로 빠져나간 것에서 180도 바뀌었다.
이낙연 대표와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이낙연 대표가 모든 현안을 다 알 수는 없지 않나"라면서 "각 현안에 전문성을 갖춘 인원을 배치하고 중간 중간 보고를 받는 형태로 현안 처리를 한다.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대표가 책임을 진다. 총리 시절에도 그랬다"고 전했다.
전임 이해찬 대표 시절 민주당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데 있어 대표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당의 일치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입단속을 하고 그 이후에 정리된 입장을 내는 방식이다.
이낙연 체제에서 민주당은 달라졌다. 이낙연 대표는 취임 후 각종 TF를 구성하고 각 최고위원에게 단장을 맡겼다. 각종 현안에 기민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다는 취지에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8월 31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에서 당기전달식이 열린 가운데 이낙연 당대표가 김영주 전국대의원대회 의장에게 당기를 전달 받고 있다. 2020.08.31 kilroy023@newspim.com |
검찰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TF에는 그동안 법제사법위원으로 활약한 김종민 최고위원을, 미디어 TF에는 기자 출신인 노웅래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각각 앉혔다. 청년 TF에는 대학생 지도부로 화제가 된 박성민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앉히는 등이다. 여기에 일치감치 분야별 대변인단을 선임했다. 안보 대변인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의원을, 경제 대변인에는 월급쟁이로 시작해 증권사 CEO에 오른 홍성국 의원을 앉혔다.
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은 경청에서는 공통점을 갖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가 현안에 대한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듣고 난 뒤 직접 정무적 판단을 내렸다면 이낙연 대표는 먼저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한 뒤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린다.
그는 이어 "이 대표 생각과 현실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편"이라며 "정파적 이해에 함몰되기보다는 국민과의 정서적 거리감을 줄이려고도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면 각오를 해야 한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주요지도부 초청 간담회 결과를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로 질타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당초 당청은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일시 지급`으로 합의했지만 브리핑 과정에서 '월 2만원'으로 나갔다. 마치 매달 지급이 이뤄질 것처럼 발언이 된 셈이다.
이 대표는 이에 '당 수석대변인이라면 4차 추가경정예산안 내역을 모두 꿰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가까운 다른 인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총리 시절부터 회의 분위기를 일신한 바 있다"며 "장관들에게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 한 차례 보도가 나온 것은 조족지혈이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0.05.27 kilroy023@newspim.com |
앞서 지난 2017년 7월 이낙연 대표가 국무총리에 취임하고 얼마 뒤의 일이다. 당시 이 대표는 국정현안점검조정 회의에서 류영진 당시 식품안전의약처장이 '살충제 달걀'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할 수도 있다. 제대로 답변 못 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현안 대응만 아니라 당 쇄신 분위기도 잡혀 간다. 윤리감찰단 출범 한 달만에 김홍걸·이상직 의원에 대한 제명과 탈당이 각각 이뤄졌다. 김홍걸 의원이 제명된 탓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이 의원이 '추후 복당' 입장을 밝혀 징계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홍걸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이고, 이상직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기반을 둔 호남지역 정치인이다. 이 대표는 공개회의에서 두 의원에 대한 공개 압박을 진행한 바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정치적 판단이다.
한편 이낙연 대표 체제는 내년 3월 9일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1년 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해서다. 사실상 임기가 6개월뿐이 남지 않은 셈이다.
이낙연 대표체제 성패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다만 현 지도부는 아직까지 선거에 대한 말은 아끼는 모양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선거가 아닌 성과에 집중해야하는 시점"이라며 "이 대표도, 문재인 정부도 당장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낙연 지도부 역시 보궐선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해찬 전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정당으로서 책임방기"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2월 8일부터 국회의원, 광역지자체장 재·보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이낙연 지도부는 지난 9월 중순 당직자 인사를 모두 마쳤다. 다만 김태년 원내대표 취임 직후 이뤄진 원내지도부 당직자 인사는 유지됐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설 가운데 다음 보궐선거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치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행 체제를 맡게 될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시스템 공천이 자리 잡았지만 결국 도장은 이 대표가 찍는다"면서도 "이 대표가 공천에서 최종 책임을 지는 만큼 대선 예비 평가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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