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전 VIK 대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재판서 증언
"모든 내용이 사실과 달라 처음에는 황당…심각해졌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피해자로 불리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가 "당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편지를 받고 공포감을 느꼈고 한동훈 검사장 이름을 듣고는 아득했다"며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법정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6일 오전 10시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그의 후배 백모 기자에 대한 3차 공판을 열고 이철 전 대표를 증인신문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7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17 mironj19@newspim.com |
이 전 대표는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지난 2월 17일 이 전 기자로부터 처음 편지를 받았고 총 5차례 편지가 왔다"며 "내용을 보니 황당했다"고 회상했다.
검찰이 '어떤 이유로 황당하다고 표현했느냐'고 묻자 이 전 대표는 "모든 것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라며 "기자라고 하는데 신원이 확실한지조차 궁금했고 대리인이던 이모 변호사에게 '내용 자체가 소설같다'라고 말하며 확인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처음 보낸 편지에는 '검찰은 신라젠 수사를 재개했고 확실히 수사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도 있었습니다. 남부지검장도 이에 호응했다고 합니다. 윤 총장이 직관하는 만큼 수사는 과도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결국 타깃은 대표님(이철)과 정관계 인사가 될 것이고 대표님이 부인하면 그만큼 형량이 올라갈 것입니다. 75살에 출소하실지 80살에 나오실지 모를 일입니다' 등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전 대표는 신라젠 전 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는 검찰의 신라젠 수사 재개에 대해 "제가 타깃은 아니고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편지에서) 정관계 인사를 이야기하고 신라젠 주식을 얼마 받았는지, 남부지검이 본격적으로 수사한다는 내용 등이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특히 2월 27일 도착한 네 번째 편지에 대해서는 "가장 크게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편지"라며 "어떻게 내가 이용당할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허언이 아니라 치밀한 시나리오가 준비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 편지에는 '신라젠 사건 압수수색이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가족까지 처벌받게 된다면 집안을 완전히 망가뜨리게 될텐데 책임을 대표님 혼자 떠안지 말라' 등 이전 편지에 비해 검찰 수사상황이나 가족 언급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 전 대표는 또 "3월 25일 경 이 변호사가 접견을 왔고 이 전 기자와 연결돼 있던 검찰 고위 간부가 한동훈 검사장이라고 말했다"며 "이름을 듣고 아득했다. 제 1차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부장검사가 박찬호 검사장이었고 승진할 때마다 한동훈 검사장도 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에 제보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변호사와 상의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 변호사가 MBC가 관심있어 한다고 해서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것"고 밝혔다.
이 사건은 MBC가 3월 31일 이 전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재판에서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이었던 이모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간다.
당초 이 사건을 언론에 처음 알린 '제보자X' 지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예정돼 있었으나 그는 출석하지 않았다. 지 씨에 대한 증인소환장은 폐문부재로 송달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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