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전세시장 불안에 대응책 마련 필요"
신규 임대차 5% 상한·표준임대료 적용 등 검토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세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빠르면 다음주 발표된다. 전세매물 품귀현상과 전셋값 폭등으로 피해를 보는 서민들을 지켜볼 수만 없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부분은 없지만 시장에선 임대차계약 최대 6년(3+3) 보장, 표준임대료 도입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성급하게 대책을 도입할 경우 전세시장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 홍 부총리 "전세 안정화 총력"...24번째 부동산 대책 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열린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전세 시장과 관련해 실수요자와 서민 보호를 위한 안정화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전세시장을 안정화하는 대책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21 leehs@newspim.com |
정부는 전세시장이 다소 불안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물량은 줄어드는데 실거래 통계는 전년동기 대비 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등 대내적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적절한 관리 및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당의 지원과 당정 협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24번째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이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고 전셋값 폭등, 매물 감소가 여전하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수치보다 현장의 불안감이 더 크다.
홍 부총리도 '임대차법'의 후폭풍을 몸소 겪었다.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현재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내년 1월 만기인데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혀 새로운 전세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의왕시 아파트를 처분하려던 계획도 틀어졌다. 매수자와 매매계약까지 맺었으나 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밝혀 매매계약이 파기될 상황에 놓였다. 정책의 부작용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부동산 대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홍 부총리가 직접 전세시장 문제를 경험한 상황에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는 셈이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전세시장 안정화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지만 문제점을 들여다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는 대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시장뿐 아니라 매매시장도 종합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규 임대차 5% 상한·표준임대료 등 검토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토되는 추가적인 전세 규제는 ▲신규 임대차 계약시도 인상률 5% 제한 ▲임대차계약 최대 6년(3+3) 보장 ▲표준임대료 도입 등이다.
신규 임대차 인상률을 5% 제한은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이외에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할 경우도 인상률을 제한하는 것이다. 임대차계약 최대 6년은 현행 '2+2' 계약갱신청구권을 '3+3'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표준임대료는 공시가격의 120% 이내로 인상률 상한선을 제한하는 것이다. 상한선은 시세대비 80% 안팎에서 결정된다. 이 경우 매매가격이 10억짜리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최대 8억을 넘을 수 없다. 서울 신축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90%가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둘려주기 힘든 '깡통주택' 위험도 줄이자는 취지다.
최근 전세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6주째 올랐다. 수도권도 60주 연속이다. 상승률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세입자가 느끼는 전세가격 상승폭은 더 극심하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서 전세 매물이 감소하자 시장에서는 소위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24번째 대책이 시장에서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전세시장 안정화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난 해법을 찾기 위해 대책을 구성할 때는 시행 전에 실효성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