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른 뒤 비상계단서 흉기 휘둘러 22명 사상…살인·방화 등 혐의
1심 사형→2심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지난해 경남 진주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뒤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안인득(43) 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1심 사형보다 감형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오전 11시 살인·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지난해 4월 19일 오후 2시께 검은색 슬리퍼에 군청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친 손을 치료하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는 안익[남경문 기자]2019.4.19.. |
안 씨는 지난해 4월 17일 새벽 4시25분께 자신이 살던 진주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계단 등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는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 조사결과 안 씨는 당시 이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을 험담한다고 생각해 이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씨는 불을 지르고 비상계단에서 칼을 들고 주민들을 기다렸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안 씨 범행으로 아파트 주민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크게 다쳤다.
안 씨는 또 같은해 1월 지역자활센터 직원들을 폭행하고 3월에는 호프집 주인에게 망치를 휘두른 혐의, 비슷한 시기 다른 주민이 살던 집 현관문에 오물을 뿌린 혐의도 있다.
1심은 재판 과정에서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안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조현병 환자인 안 씨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비극이 일어난 것에 대해 우리 사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은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안 씨 책임을 경감시키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9명도 만장일치로 안 씨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심신미약 인정 여부는 인정 2명, 불인졍 7명으로 의견이 갈렸다.
안 씨는 그러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 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에 따르면 (안 씨가)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이 매우 심각해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잔혹한 범행이지만 사물 변별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형을 감경한다"고 설명했다.
대법도 이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 심신미약 감경을 한 후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에 자유심증주의 한계 일탈 도는 심신미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