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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공정위 셈법은?…조건부 승인 가능성도

기사입력 : 2020년11월13일 20:09

최종수정 : 2020년11월14일 08:57

경쟁제한 우려시 점유율 50% 미만도 기업결합 불허 가능
국적사만 이용하는 소비자에겐 명백한 독점시장
다른 인수자 가능성 고려시 불허 가능…승인해도 조건부일듯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양사의 '빅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기업결합 여부를 판단할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인수 성사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셈법은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개의 대형항공사(FSC) 체제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국적사 이용 소비자 기준으로는 독점시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우려 요인이다. 회생 불가 여부 등 기업결합심사 예외를 적용할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1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진그룹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협의하고 있다.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투입한 뒤 한진칼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인수하는 방안이다.

국내 1, 2위 항공사 간 결합이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은 명확한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결합이 시장 내 경쟁을 위축시킨다고 판단되면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의 기준은 점유율 50%를 넘는지 여부지만, 점유율이 50%에 못미치더라도 기업 결합으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여부가 있는지에 따라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계열사를 포함할 경우 양사 합계 점유율이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50%를 넘지만 계열사 제외시 50%가 안된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계열사를 해당 기업의 점유율에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계열사를 포함하지 않을 때 양사 합계 점유율은 국내선 43%, 국제선 39%다.

따라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승인받기 위해서는 점유율 상승에도 경쟁을 제한시키지 않거나 예외조항이 적용된다고 인정돼야 한다.

공정위는 기업 결합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 상승 외에 신규 사업자 진입 가능성,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한다. 공급 과잉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항공업계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해 점유율 상승을 상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기업결합이 긍정적으로 판단될 확률은 낮다. 양사가 기업결합을 진행할 경우 국적 항공사 경쟁 체제를 만들기 위해 1988년 아시아나항공 설립을 승인한 이후 32년 간 유지돼 온 2사 구도가 무너지게 된다.

항공시장에서 국적사는 외항사와 경쟁하는 만큼 국적사끼리 출혈경쟁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적기만 이용하는 국내 항공 소비자 수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쟁체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쟁법 전문가는 "외항사를 선택지에 넣지 않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면 독점시장이 되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외항사 대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목표 소비자가 명확하다는 의미인 만큼 특수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 대상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지급불능상태로 판단될 경우 예외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지급불능상태의 경우 자본잠식률, 영업적자 지속 여부, 워크아웃이나 파산절차 등을 거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 12조8405억원, 자본잠식률 56.3%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심사 신청이 들어오면 아시아나항공이 지급불능상태인지 등을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경쟁 제한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기업결합심사 고려 대상이다. 대한항공이 아닌 다른 회사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경쟁 제한 우려가 적어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불허할 수도 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의 금호아시아나 본사 사옥. 2020.11.06 alwaysame@newspim.com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하더라도 조건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 점유율 또는 가격을 제한하거나 특정 노선을 조정하라는 명령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주식 취득에 대해 5년 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이상의 가격 인상을 제한한 바 있다. 롯데쇼핑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업체 CS유통 주식 취득에 대해서는 일부 점포 매각을 명령했다.

일각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업계 구조조정을 주도하도록 맡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혁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항공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대한항공 역시 부채비율이 1200%가 넘어 유상증자, 정부의 기안금지원과 내부직원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자본잠식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부실이 오히려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한진그룹 경영진에게 자산규모 40조원인 국내 유일 국적항공사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대한항공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을 믿고 맡겨도 좋다는 시장의 신뢰가 있는지, 종국적으로 이를 세금 투입으로 보장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정책 당국인 국토교통부 역시 양사 합병시 시장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는 입장인 점도 변수다. 산은이 이번 빅딜을 주도하는 반면 국토부와 공정위가 항공업계 경쟁 제한을 우려하며 부처 간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경쟁체제의 장점과 소비자 편익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장거리 노선을 넘기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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