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입사…롯데그룹 내 정통 화학맨
대산공장 12월 재가동 예고‧배터리와 친환경 소재 사업영역 확대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 겸 롯데케미칼 사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롯데그룹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이 올해 상반기 코로나19와 대산공장 화재의 여파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며 김 사장의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더욱이 롯데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규모 교체 등 '독한 인사'가 예고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룹내 화학 전문가인 김 사장의 전문성 등을 따져 재신임을 결정한 것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김교현 사장은 1984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정통 '화학맨'이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왼쪽)가 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폐페트병 수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
말레이시아 화학회사인 LC타이탄 인수와 성장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2014년 타이탄 대표에 올랐다. 이후 2017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2018년 롯데그룹 화학부문 BU장, 올해초에는 통합 롯데케미칼 대표 자리까지 맡으며 그룹내 화학분야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다만 올해 상반기는 김 사장에게 아주 혹독한 시기가 됐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는 영업손실 860억원으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2분기는 영업이익 329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90.5%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각각 3조2756억원, 2조68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32.1%씩 줄었다.
다행히도 3분기에 들어서며 상황 반전에 성공했다. 매출 3조455억원, 영업이익 1938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인 1200억원대를 뛰어넘어섰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5%, 489%나 증가했다.
내년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연매출 2조원을 책임지는 대산공장은 오는 12월중 재가동 될 예정이다. 대산공장은 지난 3월 나프타분해시설(NCC) 압축공정 발생한 폭발사고로 13개 단위 공정 가운데 벤젠, 툴루엔, 혼합자일렌, 부타디엔 등 4개가 가동중단 상태로 이로 인한 기회 비용, 일회성 손실 비용 등으로 실적에 적잖은 부담을 줬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산공장 가동재개에 따른 기회손실 소멸과 올레핀, LC 타이탄 등의 시황 회복 영향으로 전 사업부문에서 가파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전날 신동빈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회동장인 경기 의왕시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의 수행에 나서지 않으며 교체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 회장의 일정에는 대개 각 BU장이 보좌해왔는데 화학BU장인 김 사장이 특별한 이유없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날 회동은 비공식 자리였고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인원을 최소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독한 인사'를 이겨내고 재신임을 받은 만큼 신사업에 적극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와 모빌리티 산업, 친환경 소재 등에 적극 투자가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회사 측은 "롯데케미칼의 현재 분리막 판매량은 연 4000톤, 매출액은 100억원 정도지만 2025년까지 10만톤, 2000억원이 목표"라며 "분리막 생산을 위해 추가적인 설비 보완을 진행중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보완작업을 마치면 시장에 정상적으로 공급하는데 지장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의 배터리 소재 회사인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쇼와덴코의 지분 4.69% 매입과 동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한 펀드에 2900억원 투자 등도 향후를 기약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쇼와덴코와 두산솔루스에 지분을 투자하고 몇년 간 살펴볼 것"이라며 "확신이 생길때 인수 등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빌리티 산업도 신 회장이 전날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의 직접 나선 만큼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의와사업장은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카보네이트(PC) 등 고기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진행되는 곳이다.
김 사장은 이달 초 화학산업의 날 행사에서 "모빌리티 산업에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고 투자도 이어질 것"이라며 사업 확장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친환경 소재 사업도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자리에서 김 사장은 "화장품 및 식품 용기 등으로 쓰이는 회수용 폴리프로필렌에 대해 최근 미국 식품의약처(FDA) 승인을 받았다"며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체에 공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이 같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재생 폴리프로필렌 소재는 소비자가 사용한 화장품 용기를 수거한 후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리사이클 원료로 만들어진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