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개 기지 반환 당시에도 1100억 정화비용 우선 부담
정부 "미국 측과 환경 협의 지속…철저히 정화해 국민 사용토록 할 것"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한·미 양국이 전국 12개 미군기지를 반환하는 절차를 조속히 반환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군기지 부지가 시민공원 등 국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용산기지의 경우는 전체 기지가 아닌 2개 구역만 반환 대상으로 합의됐고, 또 오염정화 책임에 대한 논의 등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미완성 반환'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최창원 국무조정실 제1차장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용산구 옛 미군기지 캠프킴 부지의 모습. 2020.08.05 dlsgur9757@newspim.com |
국방부, 외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앞서 이날 오전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이하 소파)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11개 미군기지와 용산기지 2개 구역(이하 12개 기지)을 반환받기로 했다.
반환 대상 기지는 중구 극동공병단, 용산 캠프 킴, 용산 니블로배럭스, 용산 서빙고 부지, 용산 8군 종교휴양소, 그리고 용산기지 2개 구역(이상 서울), 캠프 워커 헬기장(대구 남구), 성남 골프장(경기 하남), 캠프 잭슨(경기 의정부), 캠프 모빌 일부(경기 동두천), 해병포항파견대(경북 포항), 필승 사격장 일부(강원 태백)다.
2020년 반환 예정 미군기지 12개 현황 [사진=국방부] |
향후 반환 예정 미군기지 12개 현황 [사진=국방부] |
이번에 반환받는 12개 기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그간 지역 개발을 위해 조속한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곳들이다.
정부는 기지 반환 이후 용도에 대해 계획을 수립 중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극동공병단 부지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을 이전해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검토 중이며, 캠프 킴 부지에는 수도권 주택 문제 해소를 위해 공공주택 건설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미군기지 반환 지연이 지역사회에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가 참여해 기지 반환을 위한 다양한 반환을 논의해 왔다"며 "아울러 미국 측과 소파 채널을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에 양측은 기지 반환이 지연된다면 기지 주변지역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이 심화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 반환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12개 기지 반환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용산미군기지 내부 모습 2019.04.09 syu@newspim.com |
◆ 용산 기지 '일부 반환' 한계로 지적…정부 "미군이 사용 중, 용산공원 조성 계획 차질 없도록 할 것"
다만 이번 합의에서 용산기지의 전체 반환이 아닌 2개 구역 반환에만 합의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용산기지는 미군이 사용 중인 대규모 기지로 전체 기지 폐쇄 이후 반환을 추진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며 "정부는 기지 내 구역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역을 반환받는 것을 미측과 협의해 왔고, 이에 스포츠필드와 소프트볼경기장 부지 등 2개 구역을 우선 반환받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22년부터 반환받은 용산기지 부지에 시민들을 위한 용산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일부 구역만 반환받게 되면서, 이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차질없도록 용산기지 내 구역들의 순차적인 반환을 미측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 7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부지 내 장교숙소 5단지 개방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공원모습. 2020.07.21 mironj19@newspim.com |
◆ 오염정화 책임 소재 합의, 아직도 못해…수천억원 정화비용 또 한국이 떠안나
아울러 오염정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문제도 남은 과제다.
한미 양국은 미군기지 반환 절차 진행 과정에서 오염정화 기준 및 정화 책임에 대해 오랜 기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쉽게 말해 '미군이 기지 부지를 사용하며 발생한 오염이 누구 탓이며 누가 정화비용을 부담할 것이냐'에 대한 이견이다.
이때문에 지난해 4개 기지를 반환받을 때도 절차가 상당 기간 지연된 바 있는데, 이번에 12개 기지를 반환받으면서도 이 부분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한미 양측은 ▲오염정화 책임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방안 ▲한국이 제안하는 소파 관련 문서에 대한 개정 가능성에 대해 지속 논의한다는 조건으로 12개 기지 반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아울러 소파 환경분과위를 통해서 ▲오염관리 기준 개발 ▲평상시 공동오염조사 절차 마련 ▲환경사고시 보고절차와 공동조사 절차에 대해 함께 검토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염정화 책임을 명확히 하지 못하면 비용 문제가 골칫거리로 남게 된다. 지난해 반환 받은 4개 기지 오염정화비용만 해도 약 1100억원 정도로 추산됐는데, 정부는 이들 기지에 대해서도 "일단 비용 전액을 한국 정부가 부담한 뒤, 추후 협상 결과와 오염도 등에 따라 비용 중 일부를 미국으로부터 돌려 받겠다"고 했었다.
따라서 이번 12개 기지의 경우에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당한 오염정화비용을 한국 정부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반환받은 미군기지들은 깨끗하고 철저하게 정화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미측과의 기지 이전 및 환경 협의 진행 상황,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개발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 반환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