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싸다지만 실제 적용 할인율은 한 자릿 수 수준
가입자 비중 10% 불과한 온라인 전용요금제 한계도
'명품 브랜드'는 마케팅화술 아닌 좋은상품이 만든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통신사가 몇 명 가입도 못하는 온라인 요금제로 '언플'하는 거 보고 답도 없다 싶었네요."
"30%라는 숫자만 갖고 홍보효과 노리는 것 같네요."
지난해 12월29일 SK텔레콤이 기존 5G 요금제보다 30% 저렴한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고 밝히자 IT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란에 실린 반응이다.
이처럼 저렴한 요금제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시큰둥한 이유는 신규 요금제가 가족결합할인과 선택약정 25% 할인, 공시지원금 혜택은 적용되지 않고 가입요건은 까다로운 이른바 '온라인 전용 요금제'이기 때문이다.
'30% 저렴한 SKT 온라인 요금제'란 헤드라인에 혹했던 소비자로서는 기존 요금제와 가격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음을 뒤늦게 알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KT와 LG유플러스도 추가할인 없이 온라인에서만 가입이 가능한 5G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중저가 요금제'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업계에서는 전체 통신서비스 가입자 중 온라인 요금제를 통한 가입자 비중은 전체 알뜰폰 가입자 비중과 유사한 10% 수준일 것으로 본다. 이번 SK텔레콤의 온라인 요금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이 굳이 이러한 요금제를 출시한 데는 정부의 등 떠밀기도 한 몫 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019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알뜰폰, 실버·청소년 맞춤형 요금제에 이어 일반 요금제까지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입장에선 '세계 최초' 5G 개통 타이틀에 이어 5G 가입자의 '폭발적 증가'라는 타이틀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수록 시장이 왜곡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기는 어렵다.
3G에서 4G로, 4G에서 5G로 통신서비스가 발전할 때마다 연구개발비, 주파수 사용료 등 각종 투자비용은 늘어나는데 인구 수는 정체돼 매출을 높이기 어렵다. 새로운 통신서비스의 가격을 높게 설정해 수익을 올리고자 해도 지금처럼 정부가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요구하니 한계가 있다.
결국 정부의 팔 비틀기가 통신사의 '꼼수'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의 호들갑은 소비자를 더욱 분통터지게 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연일 SK텔레콤의 요금제가 "언택트 시대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화자찬하고 나섰다.
과방위원으로서 이번에 신고된 요금제의 디테일을 몰랐다면 게으른 것이고, 알았다면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이끈 자신의 치적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들의 편익에는 일부러 눈 감은 것이다.
물론 당정이 압박했다고 통신사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는 추가 할인율이 기존 요금제 대비 한 자릿 수에 불과한 신규 요금제를 기존 요금제보다 '30% 저렴하다'며 소비자를 기만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아는 사람만 싸게 사는' 것으로 논란이 많은 곳이 휴대폰 유통시장이다. 이 진흙탕 싸움에 5G 점유율만 46%인 1위 사업자가 앞장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정수(正手)'는 현란한 마케팅 화술이 아니라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