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범수 의장의 주식 증여로 '1세대 벤처인' 관심
주식 증여 사례 있지만 직접적인 승계 작업은 아직
'급격한 변화' IT업계 특성...경영승계 가능성 낮은 분위기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두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국내 인터넷 벤처 1세대들의 경영승계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1세대 벤처인들은 여전히 활발한 기업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느덧 5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기업승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있는 시점이다. 다만 변화가 빠른 IT업계 특성상 현재까지 전통적인 형태의 경영세습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1세대 벤처인으로는 김정주 NXC 대표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준호 NHN 회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1960년대생으로 1990~2000년대 인터넷 벤처기업을 일궈낸 인물들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을 키워냈고, 주요 대기업과도 어깨를 견줄 만큼 성공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기업 성장과 함께 이들을 이을 자녀들의 경영승계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분위기다.
김정주 NXC 대표. [사진=넥슨] |
우선 이들 중 공개적으로 경영승계와 관련해 입장을 낸 인물은 김정주 대표가 있다.
김정주 대표는 지난 2018년 입장문을 내고 "저의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시키지 않겠다"면서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 번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이었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김정주 대표는 넥슨의 지주사인 NXC 대표로, 현재 67.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두 명의 자녀를 슬하에 두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NXC의 지분을 0.68%가량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제공=카카오] |
최근 자녀인 상빈(28)·예빈(26)씨에게 각각 6만주(약 264억원)를 증여한 김범수 의장 역시 업계에서는 경영승계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본다.
김범수 의장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평소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혀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범수 의장의 두 자녀 모두 20대 중후반의 나이지만 현재 카카오 계열사에서 근무하지는 않고 있다. 이번 증여 역시 두 자녀를 포함해 총 14명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이뤄진 만큼, 경영승계와는 무관하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해진 네이버 GIO [사진=네이버] |
이해진 GIO의 행보도 경영승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는 네이버 창업자지만 지난 2017년과 2018년 이사회 의장,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GIO로서 네이버의 해외투자를 담당하며 외형확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해진 GIO 역시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 없다는 뜻을 그동안 주위에 밝혀왔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보유한 네이버 지분도 3%대에 불과하며 두 명의 자녀들에게도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다. 장남 승주(26)씨가 최근 가수로 데뷔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2020.03.30 iamkym@newspim.com |
김택진 대표 역시 현재까지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지난 2007년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과 결혼한 이후 두 명의 아들을 낳았다. 아직 미성년자들이며 이들에 대한 주식 증여도 없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이준호 NHN 회장 [사진=NHN] 2021.01.21 iamkym@newspim.com |
이준호 NHN 회장의 경우 지난 2016년 자녀 수민(29)·수린(23)씨가 641억원 상당의 NHN 주식을 매입, 경영승계 작업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현재 두 자녀는 각각 2.56%의 NHN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향후 경영승계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아직 NHN에서 근무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IT업계도 점점 경영승계에 대한 관심과 이야기가 나오는 타이밍인 것 같다"며 "1세대 벤처인들도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T업계는 일반적인 대기업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며 "업계에서는 자녀에게 경영승계를 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