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매체 연기에 대한 목마름은 오래 전부터 있었어요. 꾸준히 경험을 쌓아서 20~3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중견배우가 돼 있길 희망해요."
2004년 뮤지컬 '달고나'로 시작해 2019년 영화 '비스트'로 스크린 연기에 첫 도전했다. 그리고 이듬해 '더킹:영원의 군주'로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린 후, 최근에는 SBS '날아라 개천용(개천용)', tvN '낮과 밤'에 연달아 나오며 '배우'로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안시하 [사진=스튜디오앤뉴] 2021.01.28 alice09@newspim.com |
"'낮과 밤'과 '날아라 개천용'까지 두 작품을 최근에 마쳤는데, 시원섭섭함을 많이들 느낀다고 하잖아요. 저는 섭섭함이 더 큰 것 같아요. 제가 큰 롤을 맡다보니, 이전에는 안 보였던 디테일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안시하는 브라운관보다, 공연계에서 더욱 유명인사다. 그간 '프랑켄슈타인' '아이다' '벤허' 등 굵직한 작품에 이름을 올리며 정점을 찍었던 그가, 2020년 SBS '더 킹:영원의 군주'를 시작으로 브라운관 연기를 시작했다.
"매체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기회가 안 닿아서 놔버린 상태였거든요. 길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우연치 않게 영화 '비스트'를 찍게 됐고, 회사랑 연결되면서 드라마로 넘어가게 됐어요. 역할의 크고 작음보다 매체 연기를 하는 것에 의의가 컸죠. '더 킹'도, 감독님이 역할이 너무 작은데 괜찮으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부터 주인공이면 너무 좋지만, 전 이쪽에선 신인이잖아요(웃음). 역할이 작아서 아쉬웠던 건 없었어요.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나려 해요. 그러면 언젠가 또 길이 열리겠죠."
공연계에서는 이미 굵직한 작품에 타이틀롤을 맡으며 정점을 찍었음에도, 매체 연기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연기적 디테일'이었다. 자신의 디테일을 보는 이들이 알아챘을 때 느끼는 희열이 안시하를 매체로 넘어오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
"공연을 했을 때, 무대 1~2열에 앉은 관객들은 제 디테일을 알아요. 손의 위치, 고개를 꺾는 방향 이런 것들이 이전과 다르다는 걸 모두 눈치 채거든요. 그런 걸 캐치하는 걸 봤을 때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가까이서 보는 분들은 디테일을 알지만, 멀리 앉은 관객들은 그런 걸 알아채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매체 연기는 아니잖아요. 정말 동공의 흔들림으로도 감정을 표현해내고 싶었고, 그런 섬세함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하하.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고쳐야 할 점도 많이 느꼈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안시하 [사진=스튜디오앤뉴] 2021.01.28 alice09@newspim.com |
안시하는 '낮과 밤', 그리고 '날아라 개천용'을 통해 정 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낮과 밤'에서는 하얀밤 마을의 연구원이자 소시오패스 기질을 가지고 있는 조현희를, '개천용'에서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검사 출신 변호사 황민경으로 분해 각기 다른 매력을 표현했다.
"사실 캐릭터가 달라서 더 편했어요. 톤이 비슷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조윤희는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은 실험에 미쳐있는, 영원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을 중점으로 연기를 하면 됐어요. 반면 황민경은 희망과 위로를 주는 캐릭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게 연기했어요. 또 두 캐릭터가 다르니까, 오히려 시청자들을 설득시키기 좋았던 것 같아요."
안시하에게 '낮과 밤'도 애정이 깊지만, 보다 더 큰 롤을 맡았던 '개천용'은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다. 하지만 출연 배우의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면서 전개의 정점을 찍었을 때 재정비 시간을 가지며 뜻하지 않는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하이라이트 직전에 3주를 쉬게 됐어요. 사실 말하기도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안타깝다는 말도 표현이 안 되고요. 저한테는 너무 중요한 작품이라 더 힘들기도 했고요. 서로 민감하게 생각한 부분이라 촬영하며 이야기는 안 꺼냈어요. 서로 다독이며 촬영했죠."
위기도 찾아왔지만, 지난해는 안시하에게 뜻 깊은 한 해였다. 무려 네 개의 작품을 연달아 소화하면서 뜻하지 않는 '다작'을 하게 됐다. 의도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는 "운을 다 쓰는건 아닌가 싶더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일이 순차적으로 생기는 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매체 연기를 시작하고 2년 쯤 되면 큰 롤을 맡을 수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찾아와서 놀라고 신기했어요. 여태까지 한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고요. 저는 대기만성형이라 한 번에 올라가는 법이 없어요. 계단처럼 한 걸음씩 올라가거든요. 앞으로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겠지만, 많은 경험을 토대로 길게 20~3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중견배우가 돼 있길 희망해요. 기회를 놓치지 않게 더 열심히 해 나가야죠."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