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대 은행 총 당기순이익 7조7493억원…평균 8%↓
우리은행, 충당금 5353억원으로 전년대비 353.7% 증가
코로나19 장기화에 은행별로 2~3차례씩 추가 충당금 쌓아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지난해 주요 4대 시중은행의 순이익이 일제히 감소하며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과 사모펀드 사태, 희망퇴직 등이 겹치며 충당금은 많게는 300% 이상 급격히 늘었다.
1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20년 실적을 종합해본 결과, 지난해 4대 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은 7조7493억원으로 전년보다 평균 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은행의 이익 규모가 줄어든 건 2015년 이후 5년 만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1년 전보다 10.8% 감소한 2조778억원을 내며 하락폭이 가장 컸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3632억원으로 전년대비 9.45% 감소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6.1%, 5.8% 줄어든 2조101억원, 2조2982억원의 순이익을 나타냈다.
지난해 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순이익 감소는 이례적이다. 실제 신한은행의 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10.6% 늘었다. 이 기간 국민은행도 가계 및 기업대출 부문이 각각 9.5%, 10.3% 고르게 증가해 평균 9.9% 상승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9.5%, 8.8% 올라 견조한 대출성장을 보였다.
이같은 순익 감소는 역대급으로 늘어난 충당금 영향이 크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총 충당금 규모는 1조7615억원이다. 이는 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총 순이익의 22.7%를 차지한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충당금은 5353억원으로 전년대비 353.7%나 증가했다. 국민은행도 244.6% 늘어난 3901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전년대비 149.1%, 93.6% 오른 5072억원, 3289억원의 충당금을 마련했다.
충당금에는 사모펀드 사태, 희망퇴직 등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 비용이 크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은행별로 2~3차례씩 추가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충당금으로만 2100억원을 쌓았다. 신한은행은 2‧3‧4분기 세 차례에 걸쳐 총 2860억원을 코로나 충당금 명목으로 적립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도 충당금을 제외한다면 전년대비 성장세를 보였을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코로나 관련 충당금이 은행의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 충당금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1분기부터는 순이자마진(NIM) 상승 반전에 대한 확신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이익 전망치도 대체로 상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