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박하선이 영화 '고백'으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아동학대 문제를 짚는다. 출산 후 첫 복귀작이자 '단비같은' 이 작품이 사회를 바꾸는 작은 움직임이 되길 바랐다.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에서 갖은 인터뷰에서 박하선은 "(내가) 출연한 영화인데도 보면서 굉장히 눈물이 많이 났다"고 관람 소감을 얘기했다. 이런 저런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영화 시사 후에 언론과 주변의 반응이 좋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고백'에 출연한 배우 박하선 [사진=리틀빅픽처스] 2021.02.16 jyyang@newspim.com |
"몇 몇 장면에서 가슴을 툭 치는 느낌이 들었죠. 아무래도 저는 부족한 점도 많이 보였고 걱정도 됐는데 좋은 기사들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고백'은 일단 작품에 목말랐을 때 온 단비같은 영화였어요. 이 이야기가 궁금했고, 왜 저한테 주셨을까 싶었죠. 미팅 때 물어보니까 저한테 어울릴 것 같고, 이제 엄마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드셨대요. 한편으론 의무처럼 이런 영화를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사회에 도움이라도 도움이 되는 작품요. '도가니'나 '미쓰백'처럼요."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은 흔하기도, 흔치 않기도 하다. 다만 박하선은 '고백'이 너무 자극적인 신이나 내용은 일부러 다루지 않아서 좋았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박하선이 연기한 오순도 과격한 면은 지녔지만 수위조절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다.
"자극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게 좋았죠. 직접 가해 당하는 장면은 저도 잘 못보는 편이에요. 센 영화들은 눈 감고 보기도 하고요. 착한 사람이 나쁜사람 응징하는 건 잘 보는데 피해자가 당하는 장면은 잘 못보겠어요. 사실 보라 아버지 사건 때 좀 더 갔었는데 무섭게 느껴지는 신은 편집을 거쳤죠. 너무 무섭거나 오순의 감정이 과잉되고 돋보이는 장면들을 빼기도 했고요.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분명히 메시지와 울림이 있는 영화니까요. 그런 걸 더 봐주길 바라신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고백'에 출연한 배우 박하선 [사진=리틀빅픽처스] 2021.02.16 jyyang@newspim.com |
박하선이 연기한 오순은 과거에 아버지로부터 학대 당한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사다. 트라우마와 상처가 여전한 탓에, 학대 아동들을 눈 앞에서 보면 참아 넘기질 못한다. 이 캐릭터에 접근해가면서, 박하선은 잊었던 어릴 때의 기억을 조금 꺼냈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 갖고 있던 기억들을 좀 돌아봤어요. 아주 비슷한 경험, 딱 떨어지는 일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어릴 때의 상처나 트라우마가 조금씩 있잖아요. 있는 거 없는 거 다 끄집어내서 극대화시켜 작업하는 게 어렵긴 했어요. 저희 아버지가 조금 엄하셨거든요. 제가 학대를 당한 건 아니지만 미웠던 기억이나 그런 것들을 가져왔죠. 저는 나중에 20대 중반쯤에 화해를 하면서 좀 벗어났어요. 전사를 만드는 건 늘 중요하지만 이 캐릭터는 더 그랬죠. 어릴 때는 사실 부모님이 소리만 질러도 무서운데 학대당하는 친구들은 어떨까 싶어요."
최근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어린이집 학대 사건 등 아동관련 이슈에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려있기도 하다. 박하선은 영화를 찍으면서, 또 아이를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여자로서, 배우로서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며느라기' '산후조리원' 같은 작품을 택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고백'에 출연한 배우 박하선 [사진=리틀빅픽처스] 2021.02.16 jyyang@newspim.com |
"저도 오랫동안 트라우마가 있었던 사람으로서 어릴 때 환경과 부모의 영향이 굉장히 큰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에 관심도 있었고, 예전엔 아동상담이나 심리상담 직업을 갖고 싶었던 적도 있었죠. 막상 아이를 낳으니 이제는 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클릭도 못하겠어요. 우리 딸과 비슷한 연배의 아이가 학대당하거나 하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키워보니까 때리는 건 전혀 상상을 못하겠어요. 어쨌든 '며느라기'나 '산후조리원' 같은 작품에 계속 관심이 가고 재밌게 느끼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얘기와 맞닿아있는 작품이 끌리고, 사회문제를 담은 작품들이 연이어 들어오기도 했었죠."
'고백'에서 오순이가 어머니를 찾아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명장면이다. 박하선은 당시 촬영을 떠올리며 "혼자는 안되는 일"이라고 모두의 관심을 당부했다. 아이 엄마가 된 이후에도 여러 역을 거쳐온 그는, "미혼인 기간이 그래도 더 길다"면서 여전한 활동 의지를 어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오순이가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안되더라' 하는 대사가 와닿았어요. 혼자는 정말 안되는 거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누군가 미안하다고 해줘야 해요. 보듬어주고 손을 내밀어줄 사람이 사실 필요하죠. 배우로서 저는 아직 젊어요.(웃음) 멜로나 로코도, 시대극, 액션도 자신있죠. 전문직, 악역 다 가리지 않고 해보려고요. 배우로서는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싶어요. 대표작 하나보다는, 계속 다른 걸 해서 떠오르는 게 없는 사람, 뭐든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라죠. '하이킥' 이후로 고정관념이랑 싸우는 게 좀 힘들었거든요. 그걸 깨부시는 게 제 일인 것 같아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