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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미국 법인이 상장했는데...韓증시 패싱, 차등의결권 때문?

기사입력 : 2021년02월16일 17:12

최종수정 : 2021년02월17일 07:48

미국 기업인 S-1신고서 제출, 해외기업은 F-1
적자 기업이라 코스닥 특례 상장만 가능
"국내서 50조원 평가받기는 어려웠을 것"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체 쿠팡이 한국 증시 대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선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는 '차등의결권'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밸류에이션 차이와 글로벌 사업기회 등 다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차등의결권을 도입한다고 대형 유니콘 기업들의 한국 증시 '패싱'이 멈추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말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LCC는 최근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S-1 양식 신고서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될 전망이다.

[로고=쿠팡]

쿠팡의 주식은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구성된다. 이중 클래스B는 클래스A 의결권의 29배의 의결권을 가진 '슈퍼주식'으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만이 보유한다. 한국 증시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차등의결권'인 것이다.

김범석 의장이 클래스B 주식을 얼마나 보유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2%의 지분 만으로도 58%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차등의결권이 김 의장이 미국 증시 상장을 선택한 주된 이유라고 보고있다.

그러나 김 의장이 미국 증시를 선택한 것이 오로지 차등의결권 때문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국 증시에서 쿠팡에게 줄 수 있는 밸류에이션이 한국 증시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약 30조~5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최대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는 초기 투자금(3조원)의 최대 7배인 약 21조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비전펀드가 가진 쿠팡의 지분은 약 37%로 알려져 있는데, 쿠팡 기업가치가 최대 55조원을 넘게 되면 21조원의 지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조달은 국내 증시에서는 어려웠을 것이라는게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쿠팡의 경우 11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기 때문에 코스피 직상장이 아닌 코스닥 특례상장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자 기업의 상장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적자 기업일 경우에도 코스닥의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혁신성을 평가받아 상장할 수 있다.

그러나 코스닥에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를 지금과 같이 평가받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스피에서 가장 대어(大漁) IPO로 꼽히는 SK바이오팜과 빅히트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각각 10조원 안팎이다. 작년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큰 IPO였던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는 4조원을 조금 넘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유니콘 기업들이 자국 거래소 대신 미국 거래소를 지향하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시장 크기가 큰 미국의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 수준을 보다 높게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쿠팡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는 미국에 위치해있고 경영진도 대부분 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쿠팡은 사실상 외국계 회사라고 봐야한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위치한 '쿠팡LCC'로, 한국에서 사업하는 쿠팡 지분의 100%를 가진 모회사다. 실제로 쿠팡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미국 내 기업용 증권신고서인 'S-1'을 제출했다. 해외 기업을 위한 증권신고서는 'F-1'이다. 쿠팡LCC의 뉴욕 상장은 사실상 미국 기업의 미국 상장인 셈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귀화한 한국계 미국인이며, 한국지점 대표 강한승 씨를 제외하고 경영진은 대부분 미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사업기회를 노리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와 연계되기 쉬운 미국 거래소 상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면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다고 유니콘 기업들의 미국 행(行)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goe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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