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봄 극장가에 색다른 풍경이 찾아왔다. 대작들이 사라진 사이 독립영화 '미나리'가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가 하면 각종 해외 애니메이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 한국 배우들 대거 참여했지만…美 독립영화 '미나리' 흥행 질주
국내에서 개봉도 전에 뜨겁게 화제가 된 영화 '미나리'는 3일 개봉 직전 또 한 차례 주목받았다. 1일(한국시간)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고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 지난해 '기생충'이 수상한 이 부문에서 2년 연속 한국 영화인들이 참여한 작품이 이름을 올리면서 해외에 K-무비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03.05 jyyang@newspim.com |
특히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까지 휩쓸며 전 세계 77관왕을 기록해 오스카 입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 기세에 힘입어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수상 직후 국내에서 단숨에 사전 예매율 1위로 뛰어올랐고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이다.
분명히 '미나리'의 해외 성과는 빛나지만 국내의 반응은 약간 의아스러운 점도 있다. 한국 배우 윤여정, 한예리가 주요 배역으로 출연했지만 '미나리'는 엄연히 미국 영화다. 감독인 정이삭과 스티븐연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제작사 역시 브래드피트의 제작사 플랜B로 미국에서 미국인이 만든 미국영화다. 게다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영화도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관객수가 절대적으로 급감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독립영화가 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한다는 건 전례없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미나리'의 내용과 메시지가 훌륭한 점과는 별개로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를 코로나19 여파로 분석했다. 현재 1년째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국내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개봉을 계속해서 미루거나 넷플릭스와 같은 OTT 공개로 선회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올 초부터 극장가에서는 대형 상업영화의 개봉이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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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작실종 현상 지속,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귀멸의 칼날' 장기흥행 예상
일 관객수가 8만 명을 밑도는 가운데 수백억의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측의 고민은 당연한 일이다. 극장에 올려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탓에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던 '승리호'는 넷플릭스 행을 택했고 '서복'은 몇 차례에 걸쳐 일정을 미룬 끝에 오는 4월 15일 극장 개봉과 OTT 티빙 동시 공개를 확정했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도 내달 9일 넷플릭스 공개로 선회했다.
덕분에 '미나리'와 함께 마니아층을 거느린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들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선전 중이다. 4일 개봉한 디즈니 신작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1만4491명이 관람하며 '미나리'의 뒤를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겨울왕국2' 이후 실사영화가 아닌 디즈니 오리지널 신작이라는 점에서 코로나가 아니라면 더 큰 흥행을 예상해볼 수도 있었지만,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둔 나쁘지 않은 성과다. 전세계는 물론 국내에도 탄탄한 디즈니 팬들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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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극장판이 1월 말 개봉 이후 장기 흥행을 기록하고 있어 주목된다. 개봉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임에도 일 관객수 1만1121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했다. 현재까지 누적관객수는 무려 96만3902명으로 1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개봉 이후 이 작품은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다, 주인공들의 옷에 새겨진 욱일기 등 우익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등을 통해 생긴 마니아들이 끊임없이 관람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1월 20일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이 여전히 박스오피스 6위에 머물고 있다. 이 작품은 개봉 7주차를 맞았으며 현재 193만1397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 중이다. 대작은 못걸려도, 애니메이션은 살아남았다. 코로나19에도 변함없는 특정 장르를 향한 마니아들의 힘이 한국 극장가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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