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내몰려고 해도 '모르쇠' 하며 굳건히 버티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스스로 물러났다. 무던히 참았던 윤 총장이지만,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움직임이 결정적 사퇴 이유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수청 설치 여부를 결론 내지 않고 의견을 수렴 중이었다"며 윤 총장의 섣부른 사퇴결정을 탓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 사의를 수용한 것만 봐도 그렇다. 눈엣가시 같던 신현수 민정수석도 곧바로 갈아치웠다.
2021.03.05 julyn11@newspim.com |
◆ 윤석열 떠난 검찰은....
박노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5일 검찰 내부망에 '법무부 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풍자의 글을 올렸다. 그는 "현재 중대범죄로 취급하여 수사 중인 월성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등에 대하여 수사를 전면 중단함은 물론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등의 사건,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공소를 취소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주시겠느냐"고 비꼬았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윤 총장의 사퇴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 초기 황태자나 다름없었다. 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까지 치켜 세우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당부했다. 이 말을 곧이 들은(?) 윤 총장의 판단 잘못이다. 실제로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문제,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등 정권의 민감한 사건에 대한 윤 청장의 '법치 원칙'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퇴로 이어졌다. 이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분위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들 수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사퇴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판은 벌렸지만, 어느 것 하나 똑부러지게 결론낸 것은 없다.
후임 총장으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조남관 대검 차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친 여권 성향이다. 이들 외에 새로운 인물이 되더라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윤 총장 사퇴의 학습효과일 것이다. 윤 총장을 믿고 수사했던 수사팀들도 살아남기 어려운 듯 하다. 윤 총장이 지키고자 했던 검찰조직도 무장해제될 것이다. 윤 총장이 사퇴했지만, 얻는 것은 없다.
◆ 윤석열 정치판에 뛰어드나
윤 총장의 사퇴의 변에 대해 정치권은 정치입문을 선언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는 늘 야권의 선두주자로 부각되며, 파괴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장 여권은 '정치 검찰'이라 매도하며 '윤석열 죽이기'에 나섰다. '최악의 총장'이라는 비판은 그 시작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며 "윤 총장이 검찰에 끼친 영향은 냉정하게 판단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부인의혹 문제, 장모의혹 문제 등 주변사가 불거질 것이고 한바탕 소동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이제 그도 시련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검찰총작 직을 내려놓은 일반인 '윤석열의 시련'은 이제 시작이다. 정치권이 외곽을 때린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검찰 또는 경찰 등 모든 수사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신상털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에 대한 망신주기도 예상된다. 윤석열이 혹독한 검증과 시련을 견뎌낼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고된 시련의 시간이 지나야 '정치인 윤석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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