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공갈죄로 취득한 불법 이익이 5억원을 넘어서면 가중 처벌하는 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앞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표 A씨는 자신의 회사가 제품을 공급하던 또다른 제조업체를 상대로 부품 공급 중단을 무기삼아 부품 공장을 1430억원에 인수하도록 했고 사업양수도대금 명목으로 1200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01.28 yooksa@newspim.com |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심 중에 자신의 유죄 및 양형 판단 근거가 된 형법 제350조 제1항의 '공갈' 부분과 특경가법 제3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해당 조항들은 사람을 속여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 측은 이들 법 조항이 공갈죄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는 등 추상적 판단 기준으로 형사처벌 여부를 정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부품공급중단행위를 형법 제349조에 규정된 부당이득죄로 처벌할 수 있거나 경영전략상 문제 또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판단돼 분쟁 조정이 가능한 경우에도 공갈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부품공급 중단에 대해 공갈죄를 적용토록 한 것 자체가 평등원칙에 위반되며 재산범죄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처벌 강도를 달리하고 있는 것을 두고는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그러나 이같은 A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은 명확해야 하지만 이 요건이 다소 광범위해 법관의 보충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했더라도 이 점 만으로는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 그 적용 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밖에 해당 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