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블라인드 게시판에 "민주당 정치인 투기한 것 봤다" 폭로
40% 지지율 바탕으로 레임덕 일축했지만 험난한 마지막해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 문재인 정권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40%의 공고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임기 마지막해 레임덕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여당의 공언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의혹으로 국민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위협받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매주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실시하는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부정평가 이유 중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단연 부동산 정책이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2021.03.08 photo@newspim.com |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잘못하고 있다'라는 응답이 74%에 달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황에서 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의혹이 불거지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 인터넷에서는 "공정을 부르짖던 문재인 정부에서 수능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본 격"이라는 울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청원이 빗발치며 성난 민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LH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제기됐다.
싸늘한 민심을 느낀 문재인 대통령은 LH 투기의혹에 대한 대책을 4차례나 대책을 주문하며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광명, 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에 신규택지 개발 관련 부서근무자 및 가족 등의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4일에도 "신도시 투기의혹이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인지 뿌리깊은 부패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서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고, 5일에는 유영민 비서실장에게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전 직원 및 가족에 대한 3기 신도시 토지거래 여부를 신속히 전수조사하라"고 밝히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는 이번주 내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고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셀프조사'라는 한계를 딛고 국민의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이 나올지 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장인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온 글 캡처 |
문 대통령의 분주한 발걸음에도 불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날 직장인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LH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사내에서 듣기로 정치인 국회의원이 해처먹은게 우리 회사 꼰대들이 해먹은 것보다 훨씬 많다고 들었다"며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 쪽에 정보를 요구해서 투기한 것을 몇번 봤다"고 폭로했다.
발언의 사실여부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모친이 광명신도시 인근 예정지 인근 토지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LH 직원의 일탈에서 여당 정치인, 고위 공무원까지 의혹이 확산되면 정부로서는 더 이상 불길을 막을 수 없게 된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40% 중반을 넘나든다"며 "전체 국민의 40% 이상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는데 레임덕이 가능하냐"고 레임덕 주장을 일축한 바 있다.
윤 의원 발언대로 각종 악재가 쏟아져도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40%선을 유지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LH 투기의혹 사건에도 버텨낼 수 있을까. LH 투기의혹으로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성적까지 시원찮을 경우 문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험난한 마지막 해를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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