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 게임 룰조차 조작되고 있다는 것 보여줘"
권성동 "尹, 정부 핵심 정책 반대하는 순간 정치 시작"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런 식이면 정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1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층이 LH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배경없이 성실함과 재능만으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청년들에게는 이런 일이 없어도 이미 이 사회는 살기 힘든 곳"이라며 "그런데 이번 LH 투기 사태는 게임 룰조차 조작되고 있어 아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 2021.03.04 pangbin@newspim.com |
윤 전 총장은 지난 7일에도 LH 사태에 대해 "(LH 직원들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투기한 것"이라며 "(국토부) 자체 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를 인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25번에 걸친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과 전세값 상승을 주도했다"며 "대출규제를 통해 돈 없는 서민들이 집을 구하는 것을 본질적으로 막았다. (윤 전 총장)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행보를 시작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정부 공직자로서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한 것 자체가 정치를 시작한 것"이라며 "메시지를 통해 (윤 전 총장이) 현실정치에 자신의 의견을 내겠다는 신호탄"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SNS를 통해 향후 정치 현안과 관련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주 내로 메시지를 담당할 인사를 선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검찰총장 직 사퇴 의사를 밝힌 윤 총장은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을 비판하며 관련 이슈를 선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중립 의무 부담이 컸던 윤 전 총장이 정권의 검찰 개혁에 반기를 들면서 '퇴임 후 현실 정치 참여' 명분을 자연스럽게 가져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검사 출신 정치인들과 달리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개척해온 것은 큰 강점으로 꼽힌다. 정계의 권유로 여의도에 입문한 과거 검사 출신 정치인들과 달리 윤 전 총장은 스스로 여권과 대립각을 세워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의 어록을 남기며 대중에 '불의에 굴하지 않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도 정치인 윤석열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정의 사수 노력 등 문재인 정권과의 충돌에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비상식이 횡횡하는 시대 속에서 법치, 정의, 상식 등 시대 정신을 선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패 완판이라는 사퇴의 변으로 9%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1위로 바로 올라간 건 윤 전 총장의 사퇴를 국민이 정서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며 "간단하게 꺼질 지지율은 아니다. 당분간 대권 레이스 선두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정치인으로서 기대를 받고 있으나, 지금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정치신인으로서 조직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그가 제3지대에 머무르며 야권 개편의 축이 될 것이란 중론에 힘을 싣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데 대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회동 여부에 대해선 "당장 만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말하는 '별의 순간'에 대해 정계입문, 대선 출마 등 중요한 정치적 행위를 결정할 타이밍으로 해석한다.
정가에서는 윤 전 총장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마친 뒤 본격적인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보궐선거 후 야권의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SNS를 통해 향후 정치 현안과 관련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주 내로 메시지를 담당할 인사를 선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