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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새로운 기회] "여전한 '핏줄 대물림'…지배구조 개선 없는 ESG는 모래성"

기사입력 : 2021년03월15일 10:33

최종수정 : 2021년03월15일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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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인터뷰
"산재·사모펀드 환매중단·불법합병 모두 '지배구조 취약성'서 비롯"
"국내 기업은 E와 S에 집중…G 바로 서지 않으면 모두 모래성 불과"

[편집자]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의 약자) 경영은 더 이상 한 때의 트렌드가 아닙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환경파괴, 산업재해, 재난, 금융사고 등 부정적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이른바 착한기업에게 '글로벌 머니'가 몰려가고 있습니다. 잘 준비하지 못하면 위협이고 반대의 경우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국내외 ESG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는 대기획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ESG 경영을 응원합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국내 대기업집단들은 재벌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등 고질적인 지배구조 취약성을 안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그동안 대기업집단 지배구조(G)의 문제점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2019년 대한항공 주주운동을 주도하고 국내 대기업집단들의 지배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해온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굉장히 전근대적이다. 내 핏줄이 회사를 물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조선왕조 때나 가능했던 사고방식인데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간사는 "한국의 기업들은 ESG 경영 중 지배구조는 얘기하지 않고 E나 S에 집중하고 있다"며 "G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E와 S는 모래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G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진정성을 갖고 ESG 경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G의 핵심은 최고경영자(CEO)다. 나라로 치면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은 국민들이 뽑는다. 거버넌스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안팎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간사와의 일문일답.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2021.02.22 dlsgur9757@newspim.com

- ESG 경영은 어떤 의미와 방향성을 담고 있다고 보나

"ESG 경영은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다. 과거에는 기업만을 두고 판단했다. 하지만 더 이상 현대사회에서 기업과 사회를 떼놓고 볼 수는 없다. 사회시스템과의 공생을 통해서만, 다른 사회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존속·유지될 수 있다. 지구가 멸망하면 기업도 없다.

과거 기업은 재화를 만들어 파는 정도 수준이었다. 지금은 직원들 월급을 주고, 주주 이익을 배당하는 이윤 추구 집단을 넘어서 직원이나 소비자 등 사회 전체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 ESG 경영은 지속적 공존을 위한 책임 의식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 국내 기업의 ESG 경영은 선언적 구호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마이크로소프트사(MS)를 창업한 빌 게이츠가 회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진 않는다. 애플사를 창업한 스티브 잡스 역시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매킨토시가 MS에 밀렸을 때 애플에서 쫓겨났다. 애플 이사회는 스티브 잡스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를 성공시키고 나서야 그를 다시 애플로 불렀다. 하지만 이건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이 부회장을 내쫓는 건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인 이선호 전 CJ제일제당 부장은 2019년 마약 투약과 밀반입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후 올해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복귀했다.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굉장히 전근대적이다. 내 핏줄이 회사를 물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조선왕조 때나 가능했던 사고방식인데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총수가 회사의 주인이고, 이사들은 사실상 간신 같은 존재다. 애플 이사회가 창업자를 쫓아낸 것과는 달리 삼성물산 불법합병 당시 이사회는 합병에 동의했다. 한국의 기업들은 ESG 경영 중 거버넌스(G·지배구조)는 얘기하지 않고 E나 S에 집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자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으니 E와 S에 집중하는 거다. 거버넌스(G)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E와 S는 모래성이 될 수 있다. 거버넌스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진정성을 갖고 ESG 경영을 추진할 수 있다."

-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를 뭐라고 보나

"한국 기업 역사는 70년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 개발독재 문화는 성장 우선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정치와 재벌의 결탁과 일부 재벌들의 불법행위들을 용인했다. 정치 권력은 바뀌지만 경제 권력은 바뀌지 않는다. 87년 민주화 이후 국민들과 정치 권력은 조금씩 바뀌어 왔는데 경제 권력은 여전히 개발독재 사고에 머물러 있다."

-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들에 실질적인 ESG 경영을 설득할 방법은 무엇이 있다고 보나

"참여연대가 2019년 대한항공 주주운동을 한 뒤 주가가 많이 올랐다. 주가 상승을 바란다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시민단체로써 불법을 저지르지 말고 나쁜 짓 하지 말라고 외치는 건데도 그런 운동을 하고 나면 주가가 올랐다.

(당시 참여연대는 대한항공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개인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당시 개인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총수연임 저지를 위한 소액주주운동 중 가장 많은 주주의 참여(140여명, 51만5907주, 지분율 0.54%)를 이끌어 냈다.) 재벌들의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는 시장을 교란하고 취약한 기업환경을 만든다. 지배구조야말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성의 원천이며 척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계속된다면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기업발전 가능성과 주가도 낮아진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021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앞에서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금융정의연대 등 관계자들이 21년 주총 국민연금주주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2.24 dlsgur9757@newspim.com

-참여연대는 국내 기업들이 가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취약한 지배구조,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러한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뭐가 있나

"2019년 8월 시중은행들의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CJ대한통운이 방치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 포스코의 산업재해(산재) 문제, 삼성물산의 불법합병 등은 모두 지배구조 취약성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G의 핵심은 최고경영자(CEO)다. 나라로 치면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민들이 뽑는다. 거버넌스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안팎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을 비민주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주주가치가 굉장히 희석되고 있다. 지난해 9월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한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할 수가 없는 거다. 소액주주임에도 대주주 마음대로 하게 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총수 마음대로 결정하게 되면 주주 입장에선 손해일 수밖에 없다. 결국 대주주는 아주 작은 지분으로 회사를 쥐락펴락하게 된다. 이렇듯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가 없었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합병도 불가능했다. 결국 모두 지배구조 문제다."

-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결국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29일 열린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기금위 위원 7명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회사와 포스코, CJ대한통운, 삼성물산 등 7개 ESG 문제기업을 대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당시 기금위는 이 안건을 논의하는 대신 산하 전문위원회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검토하도록 했고, 수탁위는 다시 기금위에서 이를 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재 같은 경우 원인을 살펴보고 재발방지책을 논의하자는 것인데, 기금위 재계 쪽 위원들은 공익이사가 회사를 좌지우지하게 되면 회사가 망한다는 논리를 편다. 수탁위에서 안건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 한국 기업들이 지배구조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본인들이 만든 지배구조 문제는 결국 본인들이 풀어내야 한다. 기업이 국가 위에 군림하는 건 지양돼야 한다. 횡령액이 높을수록 형량이 준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1억을 횡령하면 징역 10년, 20년이 나오지만, 횡령액이 50억 이상이면 집행유예가 나온다고 한다. 횡령을 그렇게 많이 할 수 있다는 건 일반 직원이 아니라 총수라는 거다. 결국 총수니까 봐준다는 소리다. 만약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제대로 감시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만약 삼성물산 불법합병 당시 누구라도 '노(no)'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이 사태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이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실은 6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손해가 어마어마한 거다.

결국 이사회가 똑바로 서고 소액주주 권리가 보장돼야 지배구조가 제대로 설 수 있다. 총수를 봐주는 문화는 개선돼야 한다.

말로만 ESG 경영을 외칠 게 아니라 직원, 소비자 나아가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계속 이런 식이라면 증시도 떠날 가능성이 크다. 돈은 외국인이 갖고 있다. 잘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cle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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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사업은 배 선체부터 전투 체계, 레이더 등 무장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다. 신형 군함을 도입하는 7조8000억 원 규모의 KDDX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진전되지 않고 있음에도, 해군이 KDDX Batch-Ⅱ, KDDXⅡ 사업을 만들어 국산 이지스함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은 한미 간 '기술 이전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19일 해군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군은 지난해 6월 미 해군 측에 서한을 보내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정조대왕급 이지스함과 SM-3/6 함대공미사일 확보 등을 추진 중이지만, 이지스함 전투력을 크게 높이는 협동교전능력(CEC) 미탑재로 초수평선, 장거리 대공표적 대응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며 대한(對韓) 수출을 요청했다. CEC는 지구의 곡면 특성을 감안, 여러 함선과 항공기에서 레이더 등으로 추적·확보된 표적정보를 고용량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융합·분배해서 공통 표적을 산출, 원격교전을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다. 이에 대해 미 해군은 같은 해 8월 답신에서 "미 정부의 수출통제 및 기술이전 정책은 한국에 대한 CEC 수출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미 해군은 거부의 이유로 밝힌 '수출통제 및 기술이전 정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호주는 2018년 호바트(Hobart)급 방공구축함, 일본은 2020년 8번째 이지스함이자 아타고급의 개량형인 마야급 이지스함에 CEC를 탑재하도록 허용했지만, 한국에는 CEC를 판매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호주·일본에는 CEC를 제공한 미국이 같은 동맹국인 한국에는 수출하지 않으려는 '이중적 태도'에 실망한 해군이 이지스함 기술 국산화를 표방하는 KDDX 추가 건조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판매 거부에 따라 해군은 2030년대 중·후반까지 미국 CEC와 유사한 '한국형 해상통합방공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관련 핵심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ADD가 개발하는 한국형 해상통합방공체계는 이지스 구축함, 해상초계기, 항공모함 등 해군 전력과의 연동,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요격체계(L-SAM) 등 첨단 무기체계에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산 전투체계를 쓰는 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 이지스함에선 한·미 간 체계 연동 및 통합 여부 등이 불확실해 원활한 운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해군은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추가 건조보다는 KDDX 추가건조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KDDX 사업은 총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현재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착수해야 하지만, 사업자 선정을 두고 양 업체 간 갈등이 심해지며 연기됐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관례대로 기본설계를 주도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보안 벌점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현대가 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다투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면서 "KDDX 사업에서 한화와 현대의 대결은 '6척 싸움'이 아니라 '18척 싸움'이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 같다"고 했다. 해군은 현재 추진 중인 KDDX 6척 건조 사업이 출발하고, 차기호위함(FFX) Batch-IV 사업이 끝나는 즉시 곧바로 개량형이라 할 수 있는 KDDX Batch-II 사업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KDDX-II 사업을 2035년 이후에 도입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말 해군에 인도한 차세대 호위함(울산급 Batch-Ⅲ) 선도함 '충남함' [사진=HD현대중공업] 2025.10.20 gomsi@newspim.com ◆차기호위함(FFX) 사업 종료 후 차기호위함(FFX)-II 사업 = 한편, 해군은 기존 차기호위함(FFX) Batch-I/II/III/IV 사업을 완료한 후, 차기호위함(FFX)-II를 계획하고 있다. 해군은 FFX-II 사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지만, 건조시기와 구체적 제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해군은 차기 호위함(FFX) 사업으로 총 26척의 호위함(FFG)을 전력화 한다. FFX Batch-I 사업으로 인천급 호위함 6척, FFX Batch-II 사업으로 대구급 호위함 8척을 건조했고, FFX Batch-III 사업으로 충남급 호위함 6척을 건조하고 있다. 해군은 현재 차기 호위함(FFX) Batch-IV 사업으로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약 3조2500억 원을 투입, 총 6척을 건조하는 'FFX Batch-IV'(울산급 Batch-IV)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9~2030년경 6척의 함정 모두가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FFX 사업이 완료되면 광개토대왕급 구축함까지 모든 해역함대의 노후화된 중·대형 함정이 교체가 완료된다. ◆AI 기반의 연안초계함(OPV) 사업을 진행 = 또한 1000t급 연안초계함(OPV) 사업을 진행해, 미사일 고속함 PK-A/고속함 PK-B로 대표되는 고속함들을 보완할 계획이다. 연안초계함(OPV)은 인력 절감과 효율성을 위해 AI(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무인화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함정이다. 1500~2200톤급으로, 기존 초계함보다 거주성 등이 향상시켜 연안 및 해상 경비, 해양 안전, 어업 지도, 해양 오염 감시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2020년 11월 10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진수한 중형급 잠수함 2번함 '안무함(KSS-Ⅲ, 3000톤급)'. 안무함은 2018년 9월 진수한 도산안창호함에 이은 장보고-Ⅲ급 두 번째 잠수함이다. 해군이 건조하는 '장보고Ⅳ' 잠수함도 같은 체급의 형상이다. [사진=대우조선해양] 2025.10.20 gomsi@newspim.com ◆장보고IV 사업 추진에 이어 2040년경 원잠 추진 = 한편, 해군의 수중전력인 잠수함 전력증강 계획에 대해 살펴보자. 해군은 2035년 이후 현재 장보고III Batch-I/II/III를 끝내고, '장보고IV 사업'으로 넘어간다.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이지만, 해군이 밝힌 장보고IV 사업은 그동안 2000톤급 잠수함으로 알려졌으나, 해군이 이번에 밝힌 방향은 3000톤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보고IV 사업 이후인 2040년 무렵, 해군은 차세대 잠수함을 건조할 계획으로, 원자력 추진 기관을 탑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P-8A 포세이돈 후속으로 한국형 해상초계기 개발 계획 = 해군은 현재 P-3C/CK와 15대와 P-8 포세이돈 6대 등 21대의 해상초계기를 보유, 휴전선 길이의 9.5배, 남한 넓이의 3.3배에 이르는 30만㎢의 작전해역에 대한 상시감시와 주요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군항공사령부 전력은 현재 P-8A 포세이돈 6대를 주력으로 2030년대를 맞이한다. 하지만 해군은 이번에 기존 P-3C/CK 대체용으로 한국형 해상초계기 사업을 추진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29일 경북 포항기지에서 발생한 P-3CK 해상초계기 추락사고는 1968년산으로, 무려 57년을 운용한 노후 항공기의 위험성을 해군에 각인시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서울ADEX에서 선보인 한국형 해상초계기 모형. KAI는 2017년 스웨덴 사브가 제시한 '소드피시형'의 국내 개발 해상초계기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디펜스타임스 제공] 2025.10.20 gomsi@newspim.com 해군 관계자는 "해군은 현재의 P-3CK 기종을 2030년까지 운용하고, 그 이후에 최신예 한국형 해상초계기를 도입을 개획하고 있다"면서 "사고가 난 초계기와 동형인 나머지 P-3CK 7대의 조종사 안전, 그리고 대잠전력의 공백을 막기 위해 한국형 해상초계기 도입사업을 앞당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2025년 10월 기준, 해군은 해상초계기를 해외 직도입으로 할지, 국내개발로 할지, 획득방법을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4 분기에 획득방법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2017년 스웨덴 사브가 제시한 소드피시형의 국내 개발 해상초계기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KAI가 기존의 에어버스 A320 여객기를 개조하는 개발 계획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향후 해상초계기 추가 소요는 운용인력을 감안해 11대로 알려졌다. gomsi@newspim.com 2025-10-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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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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