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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관능적인 음악과 춤사위 속 흐르는 풍자, '시카고'

기사입력 : 2021년04월19일 17:39

최종수정 : 2021년04월19일 21:29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시카고'가 가장 섹시하고 발칙한 무대로 뿌리깊은 차별과 사회 부조리를 풍자한다. 이번 시즌 새로운 피 티파니와 관록의 배우 최정원이 함께한다.

국내에서 21주년을 맞은 '시카고'가 현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전 시즌 함께한 최정원을 필두로 아이비, 윤공주, 민경아, 티파니 영, 박건형, 최재림 등 개성있는 배우들이 모였다. 화려한 쇼비즈니스를 통해 통렬한 풍자를 날리는 이 뮤지컬은, 매 시즌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흥행작의 진가를 이번에도 발휘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시카고'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2021.04.19 jyyang@newspim.com

◆ 최정원 하나로도 차고 넘치는 무대…티파니 록시와 신선한 호흡

남편 몰래 만나던 내연남 브레드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록시 하트(티파니)는 교수형을 면하기 위해 스타 변호사 빌리 플린(최재림)을 고용한다. 점점 더 잔혹한 여자들의 살인에 환호하는 쇼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록시와 벨마 켈리(최정원)는 대중의 관심을 얻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정작 그들의 죄와 사건의 본질은 점차 잊혀져간다.

21년 전 국내 초연부터 벨마 역을 맡아온 최정원은 존재 자체로 '시카고'의 정체성을 바로 세운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몸매와 춤, 마임 실력은 그를 내내 무대의 지배자로 만든다. 극중 아무리 벨마가 퇴물 취급을 당해도, 최정원 하나로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 물론 그토록 재능있는 여배우임에도 결국은 잊혀지고 만다는 것, 그 진실만이 모두를 잠시 씁쓸하게 한다. 하지만 최정원은 여전히 벨마로서 살아 숨쉰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시카고'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2021.04.19 jyyang@newspim.com

티파니의 록시는 그야말로 깜찍하게 객석의 뒷통수를 친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로 활약했던 당시의 이미지를 홀랑 벗어던지고 시종일관 발칙함과 기분좋은 배신감을 안긴다. 그럼에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그룹 멤버로서 친근함은 유효하다. 티파니가 무대에 등장한 순간, 제 아무리 살기 위해 어떤 거짓말이든 하는 록시 하트라도 모두는 이미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 화려한 쇼비즈니스에 가려진 본질…깊고 짙게 깔린 풍자와 해학

풍성한 재즈 음악과 화려한 춤사위, 섹시하고 관능적인 캐릭터들과 무대는 분명히 '시카고'의 일부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모두가 감탄하고 박수를 치며 속는 사이, 이 작품의 메시지가 묘하게 다크한 분위기와 음악을 타고 흐른다. 이 뮤지컬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왜?'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지워버린다. 가장 자극적인 것을 좇느라 본질을 잃어버린 현실을 축약해놓은 듯 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시카고'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2021.04.19 jyyang@newspim.com

특히 극중 헝가리에서 온 이민자 후냑의 죽음은 바로 지금을 사는 모두에게 꽤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방인, 여자, 좋은 변호사를 쓸 만한 돈이 없는 약자로서 첫 번째 희생양이 된 후냑. 그의 죽음조차도 사실은 쇼비즈니스의 일부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그 외국인 여자의 죽음을 모두가 보고싶어 했을지 모른다는, 자극을 추구하는 대중의 잔혹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남편, 혹은 연인을 죽인 지독한 여자 살인자들에게 열광하는 이들의 눈 앞에서 죄의 본질은 이미 잊혀졌다. 동시에 여자들이 '왜' 남자를 죽였을까 이내 골똘히 생각하게 한다. 과연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면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유려하게 들춰내는 느낌이다. 화려한 쇼와 자극적인 설정들을 한꺼풀 벗겨낸 순간, α뿌리깊은 차별과 사회문제를 풍자하는 '시카고'의 진가가 드러난다. 오는 7월 1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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