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대전도시공사 시설부담금 부과처분에 불복소송
2심, 부과 후 시행된 신법 소급적용→대법 "구법 따라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업시행자가 개발사업 구역 내 존치시설물 소유자에게 시설부담금을 부과한 이후 근거 법률이 소유자에게 유리하게 개정됐더라도 신법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대전도시공사가 한과(韓菓) 제조업체인 A회사를 상대로 낸 시설부담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전광역시는 지난 2018년 6월12일 대전 동구 일대에 음식료품, 섬유의복, 석유화학 등 업종을 유치하는 '친환경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대전도시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이후 대전도시공사는 산업단지 개발사업 구역에 편입돼 있던 A사의 공장 용지 및 한과 식품공장 건물을 이전하거나 철거하지 않더라도 개발사업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 해당 토지와 건물을 존치건축물로 결정했다. 다만 같은 해 7월31일 A사에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산업입지법) 및 시행령을 근거로 7788만여원의 시설부담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산업입지법 제33조는 사업시행자가 공공시설 등 비용에 충당하기 위해 존치시설물의 소유자에게 시설부담금을 내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전도시공사는 A사가 납부 기한까지 시설부담금을 내지 않자 같은 해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개정된 산업입지법 및 시행령에 따라 산정한 시설부담금 액수는 3093만여원으로 당초 부과된 7788만여원보다 적으므로 A사에 유리한 개정법률이 소급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산업입지법 부칙에서 개정 조항은 이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시설부담금을 부과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시행일인 2018년 12월13일 이전 부과된 시설부담금에 대해 개정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사에게 시설부담금 7788만여원에 가산금을 합한 8022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개정된 산업입지법의 소급적용이 허용된다고 판단,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사에 시설부담금 3093만여원만 지급하라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발사업의 시설부담금이 택지 등 다른 유사 개발사업에 비해 약 2배 이상 과중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률이 개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시설부담금을 부과한 시점은 이미 개정된 산업입지법이 개정·공포되고 1개월 보름 이상 경과된 후여서 원고도 개정 취지와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예외적으로 법령의 소급적용이 허용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개정 산업입지법의 시행일인 2018년 12월13일 이전에는 구 산업입지법을 적용해 존치시설물의 시설부담금을 산정·부과해야 하고 개정 산업입지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항소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은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시설부담금을 부과하는 사안에 개정 산업입지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입법자의 분명한 의사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구 산업입지법을 적용하는 경우에 비해 낮은 수준의 시설부담금을 산정·부과하게 돼 결국 줄어든 시설부담금 부과·징수액을 산업단지 조성원가에 포함해 최종적으로 수분양자들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은 "원심 판단에는 개정 법령의 소급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