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증권사 취업준비생 사이서 인기직군
창업, 마케팅 동아리 경험 있다면 유리
"자격증은 적당히...FP 등 3개면 충분"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증권사 문을 두드리는 취업준비생에게 프라이빗뱅커(PB)는 꾸준히 인기를 끄는 직군 중 하나다. 주로 고액자산가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자신의 실적만큼 두둑한 보수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기 PB는 증권사 고위 임원급 연봉보다 높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다는 것도 취업준비생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 핵심은 '세일즈 역량'
PB는 증권사 내 다른 직군과 달리 취업준비를 위한 일반적인 로드맵이 없는 직군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각 증권사의 PB직군 채용공고를 보면 전공을 따지지 않는 것은 물론 별다른 우대 사항도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PB 지망생 중에는 유료 업체를 이용해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업에 있는 증권사 PB들은 자격증이나 영어점수 등 스펙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의 사교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경험들이 채용에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PB업무가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를 돕는 일이다 보니, 고객들과 신뢰를 쌓는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실무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PB직군을 설명해 주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캡처=한국투자증권 유튜브 채널] |
다만 이 같은 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다 보니 PB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자기소개서'다. 단순히 성장과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일즈 능력을 돋보일 수 있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게 핵심 키워드다. PB는 주로 자사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영업능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최근 PB직군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포인트는 '창업'과 '마케팅'이다. 대학에서 창업이나 마케팅 동아리 경험을 살려 자신의 세일즈 능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창업 경력은 증권사 인사담당자들이 눈여겨보는 요소다. 주 고객층이 기업인이다 보니, 얕더라도 창업이나 경영을 맛본 PB가 세일즈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창업은 경영 전반을 스스로 공부하고 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PB로서의 자질을 가늠해보기도 좋다. 실제로 PB직군 면접에서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질문도 자주 나온다. 이때 창업이나 마케팅 동아리 경험을 살려 대답하면 점수를 딸 수 있다.
학내에 꼭 하나씩 있는 '금융투자동아리'도 여전히 증권사 취업준비생의 코스 중 하나다. PB는 기본적으로 좋은 상품을 찾아내 이에 맞는 고객에게 소개하고 판매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투자로 높은 수익을 내고 고객의 자산을 불려줘야 능력 있는 PB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전투자대회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금융투자동아리에서 나름 내세울 만한 수익을 기록했다면 이 역시 자기소개서에 포함하면 좋다.
◆ '다다익선' 자격증?..."필수 아냐"
현업 PB들은 굳이 자격증 개수를 늘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다만 PB 역시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좋은 상품을 선별하고 소개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수준의 자격증만 갖출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는 자산관리사(FP)와 한국재무관리사(AFPK),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등 3가지가 꼽힌다.
일명 '은행FP'로도 불리는 FP는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으로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시행한다. 5개 과목으로 이뤄져 있으며 별도의 응시 자격은 없다. 다만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아 연평균 합격률이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응시자 10명 중 7명은 탈락하는 셈이다.
AFPK는 민간자격증으로서 시행기관인 한국FPSB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들어야만 응시할 수 있다. 이 교육을 모두 이수하는 데만 통상 2개월이 소요된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 교육을 면제받고 곧장 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다. 또 FP 등의 자격증을 보유했을 때는 교육 과정의 일부를 면제받을 수 있다. 연평균 합격률은 25% 수준으로 FP보다 다소 낮은 편이다.
CFP는 AFPK를 취득해야만 응시할 수 있고 증권사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극악의 난이도로 꼽히는 대표적인 시험이다. 시험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고 과목만도 무려 13개에 달한다. 특히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3년 이상(주당 40시간 이상 근무)의 실무경험을 해야 자격 인증이 가능할 정도로 까다롭다. 연평균 합격률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아직 대학 졸업 전이라면 금융권 인턴 경험을 쌓는 것이 채용에 한결 유리하다. 증권사의 대학생 인턴 경험이 있다면 해당 증권사 지원 시 우선 채용 기회나 가산점이 붙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가 아니더라도 은행이나 카드, 보험 관련 기관이나 기업에서 인턴 활동을 하더라도 증권사 지원 시 유리하기는 마찬가지다.
◆ 'PB는 세일즈맨' 명심해야
이 같은 과정을 모두 거쳐 PB가 됐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 PB는 증권사 내 다양한 직군 중에서도 업무 강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각자의 영업 노하우도 '1급 기밀'처럼 취급한다. 대형증권사의 한 PB는 "입사 초기에는 사수(선임)들도 자신의 영업 비밀을 잘 전수해 주지 않는다"며 "눈치 있는 초임 PB들은 선임들 비위를 잘 맞추고 술도 대접하면서 영업 노하우를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이 고액자산가 등 VIP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내역. [캡처=NH투자증권 홈페이지] |
물론 유능한 PB들은 초년생 시절부터 자기만의 영업 기술을 쌓는 경우가 많다. PB들이 공통적으로 뽑는 유능한 PB의 자질은 '섬세함'이다. 고객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가족들의 생일은 언제인지, 취미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PB와 고객을 넘어서는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PB들 사이에서는 흥미로운 일화도 많다. '큰손' 고객의 손자 초등학교 입학식을 찾아갔다거나, 손세차를 즐기는 고객의 눈에 들기 위해 고객이 거주하는 경기도 광주까지 찾아가 매주 함께 손세차를 했다는 등의 이야기다.
얼핏 고달픈 모습일 수 있지만 이 같은 정성에 감동한 고객들은 해당 PB와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고액자산가 사이에서는 '잘 만난 PB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도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관계가 형성된 뒤에는 가족보다 더 끈끈한 사이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PB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매년 증권사들이 준비하는 취업박람회 등을 통해 꼼꼼히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또 단순히 높은 성과급만을 목표로 PB가 되기보다는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지 스스로를 잘 살펴본 후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