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독과점 빅테크 해체론 등장,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대상
빅테크 기업, 기술 우위 앞세워 사회·국가적 자원 마음대로 사용
빅테크, 독과점으로 변질하며 소비자·국가·경제 생태계 파괴 유발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어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A의원과 대화하면서 놀라운 예언을 들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관련해서다. 내년쯤에는 "'해체'하자는 사회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시발점은 미국에서 구글 해체 개시다. 그는 "빅테크들이 독과점 기업이 되면서 정부와 사회를 속이고 있다. 내부통제나 개인정보보호 등은 투자하지 않으면서 핀테크가 혁신인 것처럼 사회와 국가 자원을 이용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예언자처럼 보였던 건 이어진 대화에서다. 그는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줄 알아?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독과점 빅테크 기업 해체론을 주장한 팀 우(Tim Wu) 콜럼비아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바이든 정부의 경제자문위 기술기업 경쟁정책(technology and competition policy at the National Economic Council) 참모로 3월에 합류했어, 해체작업이 시작됐다는 의미야"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2021.05.10 hkj77@hanmail.net |
팀 우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기술 분야와 법조계 인물로, 독점 기업 해체론자다.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며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고 국가 권력을 넘보는 적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을 정도다. 지난해 펴낸 저서 '거대함의 저주(Curse of Bigness)'에서 빅테크 기업을 "해체하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단돈 10억달러에 인수하며, 경쟁자가 나타나면 집어 삼켰다. 구글맵은 옐프의 별점을, 페이스북은 스냅챗의 '스토리'를 복제하며, 기업인수에 실패하면 비즈니스모델을 가져다 쓰며 혁신을 망가트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OS, 구글과 애플의 개인정보 광범위한 활용에 소비자의 불만은 많다. 그렇다고 해체까지는 납득이 잘 되지 않았는데, A 의원은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소비자, 국가, 사회 등 각각의 각도에서 다르다.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마이크로소프트 현 회장이 쓴 '기술의 시대(Tools and weapons)를 읽어보면 이해가 된다"고 했다.
브래드 스미스 회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니라 변호사다. 그런 사람에 대해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구원자이자 미래가치라고 한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초창기에 나는 우리 회사가 연방 정부 사람들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성공했는데 워싱턴(권력)에 사무실도 한 칸 없다는 게 참 대단하지 않아?" 그런데 1990년대 미 정부와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진행하면서 결코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브래드 스미스는 당시 법무담당자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해체를 피한 대가로, 정부 규제를 받아들였다. 빌 게이츠는 "정부가 더 많은 규제를 가지고 개입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더 좋을 경우도 있다.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정부에 더 많은 규제를 요청하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컬하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기타 여러 나라들의 지도자들과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는 브래드의 생각이 맞다"고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로 눈을 돌려보자. 포털 권력을 장악한 이들은 최근 금융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으로 금융 면허를 따고 은행, 보험, 신용카드 업무에 손을 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위험관리, 경제시스템 인프라 역할을 하는 금융업에 언제부턴가 이들은 포털에서 누렸던 자유와 권력을 무기로 시장질서를 유지하려는 규제를 피해 체계를 무너트리려 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잡음이 그 사례다. 금융결제원 관할을 놓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다툰다. 그런데 핵심은 빅테크의 탐욕이다.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전통의 은행은 물론 미래에셋증권 등 신생 금융사도 1980~1990년대 경제개발, IMF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수십 년의 위기 경험 노하우와 수 조원의 비용을 들여 만든 금융결제망을 '공짜'로 사용하길 원한다. 돈 한푼 내지 않고 안방을 내놓으란다. 기가 찰 노릇인데 개인정보보호나 자금세탁방지 등 규제는 받지 않겠단다. 저축은행도 저축은행중앙회의 지급결제망을 쓴다. 공공재인 금융결제원의 전산망에 접근하기에는 위험관리와 책임을 다할만한 역량이 부족해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보험상품 비교 광고를 보험업이라고, 30만원짜리 선불카드를 혁신금융이라고 한다. 금융당국 모 관료는 "핀테크의 혁신금융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신용위험 문제가 있다. 30만원도 회원이 많다 보면 신용위험으로 전이될 수 있는데,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와 같이 신용카드 규제는 제외됐다. 사업자의 적격성 문제도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정도면 독과점 빅테크들의 권력 횡포다. 혁신과 책임은 없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은 자기 입맛대로 하고 싶어한다. A 의원의 말을 들으니 해체론이 납득이 됐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업체의 재무제표를 보면 금융사에 주는 지급수수료 비용이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사회적 자원에 정당한 비용을 지출할 생각이 없다. 혁신할 생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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