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택배업계·노조 모여 근골격계 질환 완화 방안 등 논의
저탑차량 옆면에 슬라이딩 도어 설치 대안으로 거론
노조 "안쪽 손 안닿고 부지 문제도 복잡해 해결책 되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정부가 고덕동 택배 갈등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서기로 하면서 해결책 마련에 관심이 쏠린다.
노조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을 위해 개조된 저탑차량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상당수 저탑차량이 운행 중인 상황에서 기존 차량으로 전면 교체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에 추가 요금을 부과해 실버택배 등의 비용으로 활용하자는 제안 역시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르면 오늘 첫 회의, 개별 택배사 참여 독려 중…저탑차량 근골격계 질환 유발 '관건'
13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고용노동부, 택배사,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한다. 기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사를 대표해 참석했던 한국통합물류협회 대신 개별 택배사 참여를 독려 중이다. 첫 회의는 빠르면 오는 13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주 중에 첫 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안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의체에서 논의될 세부 안건은 크게 두가지로 예상된다. 저탑차량의 근골격계 질환 유발 여부와 추가요금 부과를 비롯한 택배사 차원의 대응방안이다.
우선 택배 저탑차량이 실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되는지에 대해 고용부 차원에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택배노조는 서울지방노동청에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와 해당 아파트를 관할하는 대리점 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고용부는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저탑차량이 근골격계 질환 등 택배기사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게 확인된다 해도 노조 주장대로 저탑차량 자체를 금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상위 4개 택배사 소속 저탑차량은 650여대다. 해당 차량은 자영업자인 택배기사가 자비로 도입한 만큼 일반 택배차로 바꾼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이마트, 쿠팡, 우체국택배 등 일반 택배사보다 저탑차량 도입 비중이 높은 업체들까지 고려하면 저탑차량 금지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화물칸 옆면에 슬라이딩 도어가 달린 저탑차량과 일반 저탑차량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
◆ CJ·한진·롯데 등 주요 택배사 외 이마트·쿠팡도 저탑차 비중 높아…슬라이딩 도어 방식도 '갑론을박'
대신 저탑차량을 이용하면서도 근골격계 질환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뒷면에 위치해 있는 화물칸의 문을 옆면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택배기사가 깊이 들어가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빈도를 훨씬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옆면에 문을 다는 슬라이딩 도어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옆에 문을 달아도 손이 닿지 않는 안쪽은 여전히 올라가서 정리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택배 서브터미널은 부지가 부족해 옆면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 슬라이딩 도어를 사용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는 게 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탑 차량을 기존 탑차로 교체하거나 저탑차량을 허용하되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하기로 한다고 해도 비용 문제는 남는다. 어떤 식이든 현재 저탑차량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데 택배업계와 택배기사, 정부의 비용 부담 등이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추가 요금 부과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택배사들이 문제가 되는 아파트에 물건을 보낼 때 택배비를 추가로 받아 실버택배 등을 도입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언덕이나 빌라촌 같은 곳과 비교하면 고덕동 아파트는 오히려 근무환경이 낫다"며 "해당 지역 담당을 원하는 택배기사가 많은 상황에서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의 요구로 협의체가 구성되고 있지만 논의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상당수 아파트들이 택배차량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저탑차량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아파트 입구에 차량을 세워두고 손수레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다. 앞서 남양주 다산신도시 사례에서 해당 아파트가 갑질 아파트로 지목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정부 예산 투입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체 참여 등을 검토 중"이라며 "이번 사안은 뽀족한 해법이 나올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논의가 진전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