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밸류 부담+인플레 압력'에 SKIET, 이틀 연속 하락세
SKIET 따상 실패에도 공모주 투자 열기 당분간 계속될 듯
"일반투자자, 가치 산정 감안한 신중한 투자전략 세워야"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 진입)에 실패하면서 이후 새롭게 올라오는 공모주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에 시장 열기는 어느정도 이어지겠지만 과거같은 공모주 대박 공식은 더이상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신중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시민들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청약과 관련해 영업부를 찾고 있다. SKIET는 지난 26일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격 상단인 10만5000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총 공모금액은 약 2조2460억원이다. 2021.04.28 kilroy023@newspim.com |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IET는 상장 첫날인 11일 공모가의 2배인 21만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했다. 그러나 장 초반부터 매물이 쏟아지며 시초가 대비 26.43% 떨어진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둘째날에는 장 초반 3% 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반락하며 14만7500원(-4.53%)의 종가를 기록했다.
그간 공모주 청약을 통해 쏠쏠한 수익률을 맛 본 일반 투자자들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부터 고밸류에이션 부담이 있었던 만큼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에 더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기술주 전반이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최근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공모주 시장은 지난해부터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대어급 종목이 줄줄이 상장하며 열기를 높여왔다. 지난해 상장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따상에 성공했다. 올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6만5000원의 공모가 보다 2배 높은 시초가를 형성한 다음 거래 첫날 상한가로 마무리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SKIET가 비록 따상엔 실패했지만 공모주 투자 시장의 열기가 바로 소멸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A자산운용사 대표는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다. 갈 곳없는 자금이 공모시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을 것 같다. 당분간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강대권 보이저자산운용 대표는 "지금까지 공모주가 무조건 따상을 가는게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SKIET도 따상엔 실패했지만 공모가 대비 높은 상황이다. SKIET를 기점으로 공모주 투자 열기가 꺾였다고 단언하기 어려우며 다음 대어급 상장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종전처럼 'IPO대어=따상' 공식이 통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신중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강 대표는 "SKIET 사례를 통해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매수를 내는 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첫날부터 무조건 달려드는 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A자산운용사 대표는 "막연하게 공모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부터 공모가가 기업 가치 대비 비싸게 산정된 기업에는 락업(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고 바로 상장 당일부터 매도가 쏠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단맛과 쓴맛을 모두 본 공모주 투자자들은 이제부터 가치산정을 고려해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상장하는 기업도 처음부터 공모가를 높게 매길지, 아니면 적정 가격으로 상장한 다음 이후 주가를 올릴지 등의 IPO 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선 기업들의 상장 시기 재조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IPO 시장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상장을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면서 "상반기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며 하반기로 상장 시점을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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