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 '초거대 AI'에 1천억 이상 투자
1초에 9경5700조번 연산, 논문·특허 DB화로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 AI 탄생 기대
신제품·신소재 개발 프로세스 획기적 단축
[편집자] LG그룹이 신성장원 확보를 위해 디지털 전환(DX, Digital eXchange)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LG의 디지털 전환은 취임 3년차인 구광모 LG 회장이 그리는 미래구상 중 중요한 현안입니다. 최근 LG의 AI연구원 청사진 발표도 이런 일환입니다. LG는 앞으로 AI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들의 디지털 전환에 더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평범한(?) 천재 과학자이자 억만장자인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 그가 전설에서나 나오는 '신'이나 초자연적인 외계 생명체와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와 프라이데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토니 스타크의 AI는 주인의 건강상태 체크는 물론 적을 쓰러뜨리기 위한 최적의 공략법을 제시해주고 심지어 시간여행 장치까지 만들어 낸다. 자비스의 경우 스스로 움직이며 또 하나의 인격체로 진화하면서 '딥러닝'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AI 구현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특히 구광모 회장 취임 후 휴대폰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리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LG그룹은 신성장동력으로 AI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AI 자비스, 프라이데이가 현실이 되고 있다. 사진은 영화 아이언맨2의 한장면. [사진=영화 아이언맨2 스틸컷] |
◆프라이데이는 어떻게 시간여행 알고리즘을 구현했을까
LG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LG AI연구원은 지난 17일 향후 3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와 개발에 1억 달러, 우리돈으로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TV 켜줘", "전화걸어줘" 같은 단순 명령어에 반응하는 1차원 적인 AI가 아니라 사람처럼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초거대 AI' 구현이 목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치료제 검색해줘"가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 신물질이 있을까?"와 같이 '명령'이 아닌 '물음'에 응답할 수 있는 AI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에서 프라이데이가 시간여행 알고리즘을 단 몇 초만에 구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이를 순식간에 검색하고 연산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LG AI연구원이 구현하려는 '초거대 AI'의 기능도 이와 일치한다.
LG AI연구원은 1초에 9경57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대규모 컴퓨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올 하반기 60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초거대 언어 모델인 GPT-3의 3배를 넘어선 성능이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파라미터 규모가 커질수록 AI 지능이 높아진다. GPT-3는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에세이나 소설도 창작할 수 있는데, LG AI연구원이 개발하는 '초거대 AI'는 언어 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데이터 추론까지 가능하다.
LG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 상반기 글로벌 제조기업 중 최초로 조 단위 파라미터의 '초거대 AI'를 개발할 예정이다.
◆250년 인류 역사 담아 신재품·신소재 개발 속도 단축
LG AI연구원의 1차적인 목표는 '상위 1%에 속하는 인간 전문가' 수준의 AI 개발이다. 예를 들어 수십 년간 훈련된 의사소통 전문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AI를 만들어 고객 상담 챗봇과 콜봇에 적용하면 문장이나 대화에서 드러나는 고객의 감정까지 분석해 자연스럽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위 1%에 속하는 인간 전문가' 수준의 AI가 개발되면 좀 더 고차원적인 AI를 개발할 계획이다. 프라이데이가 시간여행 알고리즘을 찾아낸 것처럼 '불가능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한데,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로 화학 분야 논문과 특허를 자동으로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논문 내 분자 구조식 이미지를 인식하고, 표에서 물성 정보를 추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실험 조건 등을 본문에서 발췌해 종합적인 물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17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AI 토크 콘서트'에서 초거대 인공지능(AI) 개발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제공=LG] |
이같은 노력이 현실이 되면 토니 스타크가 프라이데이에게 요청하는 것처럼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라든가 "더 선명한 OLED 물질이 있는지 알아봐줘" 같은 명령 수행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전문가들이 수년간 연구개발해 발견할 수 있는 지식을 AI를 통해 단기간 내 찾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지난 250년간 인류가 쌓아온 화학적 지식이 담겨 있는 논문과 특허는 그 양이 방대하지만 디지털화돼 있지 않아 AI가 활용할 수 없었다"며 "수만 명의 화학 전문가를 투입한다고 해도 방대한 양의 문헌을 읽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은 아주 어려우며 이로 인해 신물질 발굴 속도가 더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초거대 AI가 개발되면 당장 LG그룹의 핵심 사업인 배터리, 소재, 바이오 등에 적용될 계획으로, 궁극적으로 더 즐겁고 더 편리한 인류의 보편적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 AI연구원은 여러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데이터 제휴, 연구 교류, 인프라 확보, 사업적 협력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논의하는 등 '오픈 생태계'를 구축해 최신 AI 기술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배경훈 원장은 "초거대 AI는 인류 역사에게 가장 위대한 발명품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의 혁신"이라며 "그동안 인간만이 잘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많은 영역에서 초거대 AI가 인간의 완벽한 보조자로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