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무죄'에 '비상상고' 기각
피해자 "현재 폐지된 위헌 훈령 근거로 인간 존엄성 침해"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80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지역 피해자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향직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복지원에서 사람다운 삶을 박탈당하고 폭력과 인권유린으로 고통받는 우리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다"며 "현재 폐지된, 위헌인 내무부 훈령을 근거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대한민국에 피해자가 최초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안창근 법무법인 동원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 권력이 부랑 단속을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을 강제수용했다"며 "거기서 살인, 폭행 등 무자비한 인권 유린 사건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 11일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감금과 강제노역, 성폭행, 암매장 등을 자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를 확정받았던 고(故)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의 비상상고심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됐지만 사실상 수용시설처럼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을 불법 감금하거나 시설에서 강제노역과 구타, 성폭행 등이 자행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 보더라도 사망자는 최소 51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시신은 암매장됐다.
박 전 원장은 불법 감금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1989년 박 전 원장의 행위가 당시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형법상 정당행위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29년이 지난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박 전 원장 사건을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란 확정판결 사건을 대상으로 심리 또는 재판에 법령 위반이 있을 경우 인정되는 비상 구제 절차다. 신청권자는 검찰총장, 관할 법원은 대법원이다.
비상상고심에서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미 확정된 박 전 원장의 무죄 효력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이 과거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할 경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를 근거로 명예 회복뿐만 아니라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은 비상상고의 사유로 정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형제복지원 사건은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했다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으나 비상상고의 허용 여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단순히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 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비상상고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선례의 법리를 재차 확인한다"며 "이러한 법리에 따라 2차 환송심의 심판에 법령 위반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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