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옵티머스 관련 하나은행·NH투자증권 별도로 기소
펀드 환매대금, 비정상운용 인지, 피해 여부 등 3대 공방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하나은행이 옵티머스자산운용과 함께 재판에 넘겨지면서 펀드자금 '돌려막기' 인정 여부가 유·무죄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1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옵티머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이사와 함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두 회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사건과 별도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에 배당된 상태다.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사진=하나금융그룹] |
◆"펀드자금 돌려막기" vs "결제시스템상 관행"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였던 하나은행이 지난 2018년 8월 9일, 10월 23일, 12월 2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장부가를 조정하고 수탁 중인 다른 펀드자금을 이용,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 92억원 상당을 돌려막기 했다는 판단이다.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각 펀드별로 자금을 관리해야 하고, 펀드대금이 지급돼야 하는 만기일에 운용사가 펀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수탁사 고유자금으로 일시 대여를 해주거나 금융당국에 환매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신고해야 한다.
검찰은 그러나 하나은행이 수탁하던 옵티머스의 다른 펀드 자금뿐 아니라 다른 운용사의 펀드 자금까지 이용해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환매대금을 지급했고 이는 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이른바 '펀드 돌려막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신탁업자의 업무제한 의무를 규정한 자본시장법 제246조 제2항 등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하나은행의 펀드자금 돌려막기로 조기에 옵티머스 펀드의 문제가 투자자나 금융당국에 알려질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아가 하나은행이 옵티머스의 환매자금을 돌려막기 해 준 결과로 추후 옵티머스 펀드 환매대금 24억원 상당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이사 계좌 또는 옵티머스 회사 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데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앞선 라임자산운용 사태 재판 등에서 각 펀드별로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판례 등이 나온 만큼 이번 사건에서도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하나은행 측에서는 예탁결제원이 운영 중인 펀드 환매자금 지급 시스템 등을 근거로 이 같은 검찰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달 26일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하나은행의 책임을 언급하며 구상권 청구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이 같은 의혹에 정면 반박했다.
하나은행은 한국은행과 예탁결제원이 사용하는 동시결제시스템을 통해 자금결제를 진행하는데 이 시스템상 지급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 부득이하게 우선 환매자금을 지급한 것일 뿐 옵티머스 측에 어떤 도움이나 편의도 제공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선관주의) 의무 의무 역시 지켜졌다는 입장이다.
◆"돌려막기 피해금액 92억원" vs "실제 피해 발생 안 해"
검찰이 추산한 피해금액은 92억원이지만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하나은행이 세 차례에 걸쳐 옵티머스 펀드 환매를 막아준 금액이 총 92억원 상당이라고 봤다. 다만 피해자는 특정하지 않았다.
반면 하나은행은 실제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하나은행의 환매대금 지급으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당시 환매대금 지급을 거절했다면 투자자들에게 환매대금이 지급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펀드 환매 과정에서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고 투자자들은 정상적으로 환매대금을 지급받아 보호를 받았다"고 했다. 또 "하나은행의 환매대금 지급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예림 법률사무소 활 변호사는 "법원에서 하나은행의 펀드대금 지급이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판단한다면 검찰이 주장한 피해금액 92억원과 관련해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하나은행 측 주장은 양형에 고려될 사유"라고 설명했다.
◆신탁업무 직원 사기방조 혐의도 공방 예상…펀드 비정상운용 알았는지가 핵심
하나은행에서 옵티머스 펀드 수탁 업무를 담당하던 책임자급 직원 조모 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방조 혐의를 두고도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된다. 조 씨가 옵티머스 펀드의 비정상운용을 알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조 씨가 옵티머스의 비정상적 펀드 운용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고 수탁계약을 체결, 옵티머스의 143억원 상당 사기를 도왔다고 봤다. 이미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펀드환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조 씨가 김재현 대표 등 옵티머스 측 관계자들과 만난 시점 등을 고려할 때 당시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해당 직원은 물론 은행도 옵티머스의 비정상적 펀드 운용이나 사기행위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옵티머스 사기 행위의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옵티머스가 하나은행의 인감도장 및 천공도장을 위조, 가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만들어 이를 NH투자증권에 제출한 사건을 두고서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