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돌 5점 사무실로 옮긴 혐의…벌금 200만원 선고유예
"매장문화재 사실 알았을 것이나 조사·연구 목적 참작"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을 시찰하다 전돌(성곽 축조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벽돌)을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사무실로 가져간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범행 정도가 경미한 피고인에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 별다른 죄를 짓지 않으면 형을 면해주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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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3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중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에서 조선시대 수로, 담장, 기단 등 문화재가 나와 관계자들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2021.03.22 yooksa@newspim.com |
별정직 5급 공무원이면서 B박물관 관장으로 일하던 A씨는 2019년 1월 경 인천 강화군에 있는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주변을 시찰하던 중 전돌 5점을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로 가져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매장문화재법은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자에 대해 그 문화재의 상태를 변경하지 않고 7일 이내에 문화재청장에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만약 신고하지 않고 은닉 또는 처분하거나 현상을 변경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A씨는 "해당 전돌의 출처에 관한 연구·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멸실·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사무실로 옮긴 것이므로 업무상 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전돌이 매장문화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법 규정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학력, 경력, 지위와 그가 강화군에 있는 여러 돈대를 조사하고 있었던 점에 비춰 A씨가 적어도 해당 전돌이 매장문화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사무실로 옮긴 것이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매장문화재를 발견하면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범죄 성립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비록 업무를 위해 전돌을 옮겼다고 하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전돌을 조사, 연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사무실로 옮긴 것으로 보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벌금 200만원의 형을 선고유예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검찰과 A씨 측 모두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도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 판단에 고의, 정당행위, 법률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