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OTT 규제 형평성 확보가 핵심
유료방송 규제완화 추진에 PP·홈쇼핑 반발
27일 공청회 거쳐 연내 순차 시행될 듯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터넷(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 카드를 뽑아들었다.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업계로 콘텐츠 플랫폼 사업 주도권이 넘어가는 시점을 늦추겠다는 복안이다. 넷플릭스가 장악한 국내 OTT 시장에, 연내 디즈니플러스(+)까지 서비스까지 시작되면 '유료방송 살리기'는 늦는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27일 유료방송 제도개선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소유 및 겸영 제한 완화 ▲유료방송 허가·승인·등록 제도 개선 ▲유료방송사업 인수합병(M&A) 활성화 ▲지역채널 및 직접사용채널 활성화 ▲유료방송 채널 구성·운용의 합리성과 자율성 제고 ▲공정경쟁 및 시청자 권익보장 강화 등 크게 6개 분야로 나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국장)은 이에 앞서 22일 진행된 '유료방송 제도개선안에 대한 기자설명회'에서 제도개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통합방송법이나 중장기적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미디어법 일반을 구축해야 하지만 이제 이는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됐다"며 "현재 방송법 개정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계류 중인 상태여서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대통령령, 부령, 고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향적으로 변화한 산업환경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려 한다"고 했다.
◆플랫폼 주도권 IPTV서 OTT로 넘어갈라…부랴부랴 나선 정부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방송사업 체계 [자료=과기정통부] 2021.07.26 nanana@newspim.com |
총 6개 분야 24개 항목으로 구성된 개편안은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에 적용되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유료방송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비규제 영역에 있는 OTT 서비스와 형평성을 맞춰 플랫폼 시장에서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이 뒤쳐지는 속도를 늦추겠다는 목표다.
오 국장은 "현 정부가 OTT산업에 대해 '탈규제, 비규제' 기조를 갖고 있는데, 이 때문에 OTT가 확산되면서 유료방송사는 오히려 VOD를 비롯한 전체적 미디어 비즈니스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이제까지 방송법과 IPTV법은 '초갑'의 위치에 있던 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를 견제하고 콘텐츠제공사업자(CP)를 보호해왔지만 이제는 CP와 유료방송 사업자의 역학관계가 달라지고 있다"며 "이번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은 과기정통부가 더 늦기 전에 변화된 미디어 지형에 맞게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CJ ENM 등 PP·홈쇼핑업계 반발 거세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국장)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방안 공개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17 pangbin@newspim.com |
하지만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들의 카운터파트인 CP사들의 반발이 뜨거운 상황이다. 유료방송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홈쇼핑 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유료방송 채널 구성 및 운용 합리성과 자율성 제고 분야에 대한 반대가 크다. 여기에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일정번호 이상의 번호 대역에서 홈쇼핑 모아보기 채널을 운용하거나 멀티뷰가 가능하도록 하는 안, 연 1회에 한해 허용됐던 채널 정기개편 제도를 수시개편으로 변경하는 안 등이 담겼다.
과기정통부가 업계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은 해당 항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큰별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채널 정기개편과 관련해 유료방송 업계는 찬성하는 반면, PP업계는 채널 송출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반대할 수 있다고 본다"며 "홈쇼핑 모아보기 채널이나 지역 채널의 커머스 방송 허용에 대해서는 홈쇼핑 측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도 맞는다"고 말했다.
PP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방통위는 방송시장이 어렵다고 지상파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과기정통부는 OTT 때문에 유료방송이 어렵다고 플랫폼 규제 완화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에 반해 PP는 2014년 PP산업발전전략 이후 진흥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유료방송 업계는 이번 제도개선안에 대해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모양새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방송법 개정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언급된 내용들이 모두 시행된다면 이번 정권 내 과기정통부의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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