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만 인수 후 M&A '無'
돈 쏟아 붓는 TSMC·인텔에 '샌드위치'
"핵심 역량 보유한 기업 M&A 필요"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저하 우려 불식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후 기업 인수합병(M&A) 명맥이 끊긴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의 TSMC, 미국 인텔이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반면 삼성전자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삼성전자는 M&A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자신하며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자신했다.
29일 오전 열린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서병훈 IR담당 부사장은 "3년 안에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M&A) 실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보유현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의미있는 M&A가 없다'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0.10.26 pangbin@newspim.com |
서병훈 부사장은 "오늘날처럼 사업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M&A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M&A 준비를 했지만 현재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많아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도 "3년 안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 실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M&A 추진 시 회사의 지속성장에 도움 된다면 사업 영역이나 규모에 제한 두지 않는다"며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을 포함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판단되는 다양한 분야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타겟 노출 우려로 분야 특정은 어렵다는 점을 양해바란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풍족한 실탄을 장착하고도 지난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후 지금까지 진행된 M&A가 없었다. 반면 반도체 분야 경쟁사인 인텔은 300억 달러(34조원)를 투자해 세계 4위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저울질 하고 있고 200억 달러(22조원)을 들여 미국 내 신규공장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특히 인텔은 최근 2025년까지 2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 반도체를 양산해 '글로벌 1위' 탈환을 선언했는데, 부족한 기술력은 M&A와 기술투자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TSMC의 경우 3년간 1000억 달러(114조원)를 시설투자에 쏟아 붓기로 했고 미국, 대만에 이어 일본에도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가 뜸한 삼성은 '샌드위치' 신세를 모면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총수 공백으로 M&A나 시설투자 등 굵직한 결단의 의사결정을 늦춰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다음달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M&A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조만간 미국 파운드리 공장 신설 등 투자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제기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제공=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이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저하 우려도 불식시켰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의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를 개발하면서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담당 부사장은 "싱글스택에서 128단으로 업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했고, 단수에 집중하기보단 효율성과 원가 측면에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지가 우리 집중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주력 공정인 15나노 D램과 128단 V낸드 확대를 통해 비트(Bit) 성장과 원가 경쟁력 우위를 지속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4나노대에서 구현할 수 있는 업계 최소 선폭의 공정을 기반으로 5개 레이어(Layer, 층)에 EUV를 적용한 14나노 D램을 하반기에 양산할 예정이다.
또 업계 최고의 에칭 기술 기반의 더블 스택 176단 7세대 V낸드를 채용한 소비자용 SSD 제품 역시 계획대로 하반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한진만 부사장은 "내년까지 6, 7세대를 중심으로, 중장기로 10년 뒤까지 로드맵이 정해져 있다"며 "더블스택에서 절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기대되는 200단 이상 8세대 V낸드는 현재 동작칩을 확보해 라인업 확대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