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자금 3300억원으로 금호산업 주식 인수한 혐의 등
박삼구 "아시아나는 분신 같은 회사…기소 참담한 심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금호그룹의 지배권을 되찾기 위해 수천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이용해 금호산업 주식을 인수한 혐의로 기소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구속 3개월여 만에 법정에 출석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는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박 전 회장은 모두 절차에서 발언권을 얻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금호그룹의 임직원과 저희 그룹을 아껴주신 국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금호그룹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임원들까지 함께 재판을 받게 되어 마음이 무척 무겁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05.12 pangbin@newspim.com |
이어 "(선친의 호인) 금호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제 나름대로 지난 55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설립 때부터 제 모든 것을 바쳐 일궈온 분신 같은 회사"라며 "그럼에도 제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들에 큰 피해를 줬다는 내용을 재판을 받게 된 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 측 변호인도 "채권단 관리 하에서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이나 새로운 신규사업이나 투자가 어렵다는 점은 쉽게 아실 수 있을 텐데, 그룹의 공동 이익과 시너지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계열사간 자금 지원이 진행된 것이고 이를 통해 금호그룹의 기업가치와 이에 따른 공적자금 상환, 고용창출 등 선순환 구조를 기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회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계열사들에게 피해를 입힌 바도 없고,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인식이나 의사가 전혀 없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가 있고 법리적으로도 죄가 되지 않는 행위들"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함께 기소된 전현직 금호 임직원들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금호그룹을 위해 일해온 사람들로,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일들 역시 금호를 살릴 수 있다는 일념하에 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오는 23일부터 증인신문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자신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금호기업이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인 금호산업 경영권 주식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금호터미널 등 금호그룹 산하 4개 계열사 자금 3300억 상당을 금호산업 주식 인수대금으로 임의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듬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터미널 주식 전량을 헐값인 2700억원에 매각한 혐의도 있다.
이밖에도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들이 금호기업에 무담보 저리로 1306억원을 대여하게 한 혐의, 게이트그룹이 금호기업에 약 1600억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게이트그룹 계열사에 1333억원에 저가 매각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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