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리더로서 시험대에 올랐다. 주요7개국(G7)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철수 시한 8월31일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는 가운데 탈레반은 이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G7정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한다. 존슨 총리의 제안으로 긴급하게 소집되는 이번 G7정상회의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현 상황 극복을 위한 대책 강구를 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프랑스 이마누엘 마크롱 대통령과 영국 존슨 총리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금 설정된 아프간 미군철수 시한 8월 31일을 늦춰라는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은 "미국이 정해 놓은 8월 31일 아프가니스탄 철수 시한에 자국민과 프랑스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대피시키기 힘들다"면서 "철수 작전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글로벌 리더십 위기에 빠진 바이든
하지만 바이든 입장은 곤란한 상태로 관측되고 있다. 철군 시한을 직접 결정했고 또 철군을 선언할 당시 백악관에서는 "철군시한까지 미군과 미국시민, 그리고 다른 군대들이 아프간에서 철수할 시간을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대변인은 철군시한 연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반면 탈레반은 미국의 철군시한 연장은 절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텔라반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바이든 행정부가 정한 시한까지 미군과 미국시민을 철수를 완료해야 한다"면서 "만일 시한이 지켜지지 않으면 우리측 지도부는 이런 상황에 대응할 것이고 폭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수를 두었다.
샤힌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31일까지 군대를 철수시킨다고 발표했고 이것이 '레드라인(금지선)'이라면서 서방국가들은 이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이같은 입장은 충분한 실행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안전한 철수를 보장받아야 하는 서방 군대의 상황은 다소 굴욕적이다.
영국 국방장관 제임스 히피는 L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이 철군시한 연장을 원하더라도, 탈레반은 거절할 수 있다"며 "탈레반 [카불의 새 체제]과 대결하면 상당히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철수 임무가 더욱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국가들의 탈레반에 대한 태도가 더 강경해 지는데 대해서는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철군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탈레반을 위협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탈레반에 대해 미국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가진 유럽 국가들과 어떻게 조율할 지 바이든 대통령이 글로벌 리더로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도 아프간에서의 안전 탈출 임무가 마무리될 때까지 미군이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철수 시한을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정권 탈환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2021.08.16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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